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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

2002.12.24 15:18

윤성택 조회 수:227



지금 나는, 시큼한 귤 껍질을 까듯
한 꺼풀씩 벗겨지는 어둠을 배경으로
소름이 잔뜩 돋은 산과 마주 하고 있다.
아니 홍콩야자수 잎들이 볼을 밀착한
사무실 유리창 중간 열쇠의 물음표에
두 유리창을 돌려 끼울 것인가 말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다. 정지용 식으로 말하자면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리는 것일 터인데,
깍지를 끼고 두 손이 교차하는 지점에 이르러
왜 이 시간 너의 공간이 궁금한 걸까.

돌아보면 다 소중한 분들이고
다 기억에 오래도록 가져갈 분들입니다.

새벽에 운동을 하지 못한지
벌써 일주일 째군요. 대신 술스러운 것들만
밤마다 심지 굵은 불빛이 되었습니다.
아직은 용서할만 합니다.

일년동안 온전히 모니터 위에 앉아
며칠씩 앞서 약속을 기입 받았던 캘린더도
두꺼운 시간의 모서리를 허물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다시 들여다보는
생경한 약속들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모쪼록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따뜻한 성탄절 맞이하시길 바랄께요.


追伸)
* 등기로 보내주신 양말, 그 안에 따뜻한 마음을 담아 보내셨다는 걸 내내 기억하겠습니다.
* 시집 갈피 속 '형'이라는 호칭을 올려보내 주셔서 즐겁고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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