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것들을 낱낱히 드러내고 사는 것 같아
홈페이지를 닫아두고 블로그 한켠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무언가를 끄적이는 것만은 멈출 수 없었던가봅니다.
블로그에서는 감춘다고 감추지만 여전히 단상 몇 줄에도
제 자신을 드러내고 맙니다.
그래서 저는 결국 시인이 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빗소리에 마음이 흩어져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핑계로
마불하품에 들렀습니다.
제 블로그 <좋은시읽기>에 올려놓은
윤시인의 시 <루빅스 큐브>에 대한 단상을 옮겨봅니다.
퍽 오랫동안 나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내가 탄 전동차가 멈추었을 때 반대편 전동차 안에서 물끄러미 나를 건너다보고 있는
그의 모습을 상상했었다.
아마도 이 생을 분해해 다시 조립한다 해도 그를 다시 보는 일은 불가능할 터.
그럼에도 나는 한 때 불가능에 기대어 살았고 하여 내 생을 사랑하지 못했었다.
이제야 비로소 나는, 오랜 시간 사랑하지 못했던 내 생에게 용서를 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