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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 선정

2007.04.06 10:46

윤성택 조회 수:32540 추천:613



시집 《리트머스》가 200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이 사업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시집을 구입해 전국 문화소외지역에 무료 기증하는 프그로그램으로, 윤성택 시집 《리트머스》도 1900여 곳의 공공도서관, 교정시설, 복지시설, 대안학교, 지역아동센터 등에 보내집니다.
깜깜한 창고에서 어둠에 눌려 펴지지 않을 것 같은 제 시집의 갈피들에게
따뜻한 사람의 눈빛이 스밀 기회가 되는 것 같아 기쁩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껏 관심 가져준 여러분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심사평]
지난 3월 28일(수) 오후 2시, 우수문학도서선정을 위해 유안진 문인수 김해화 최정례 손택수 시인 5명이 문화예술 추진위원회의 아르고 미술관 3층 회의실에 모여, 등단 년도로 유안진 시인을 위원장으로 하고 위원회 측의 김근 시인을 사무담당으로, 1차 심의를 통해 회부된 30권의 후보 신작 시집을 엄정 심사하여 우수시집 17권을 선정했다. 위원회측은 같은 출판사의 도서가 모든 분야합계로 총 5권을 넘지 않고, 첫 시집과 지방출판사도 안배할 것을 권고했으나, 5명의 시인들은 먼저 작품의 우수성만을 기준으로 각자 17권의 시집을 선정 합산하여 최다득점 순위로 결정한 결과에 따라, 위원회의 권고를 참고하기로 합의했는데, 선정결과는 다행히 위원회가 권고한 사항이 모두 포함되었다.


[선정평]
윤성택의 첫 시집 <리트머스>는 정교한 짜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의 시는 나선 방향으로 돌면서 지하 주차장을 들어서듯 인간의 내면과 사물의 밑바닥을 훑는다. 사물의 밑바닥에서 결핍을 발견하고 그 결핍을 통하여 이 세계의 징후를 읽어내고 성찰하고자 하는 그의 노력은 진지하고 성실하다.

2001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윤성택 시인이 첫 시집 『리트머스』를 세상에 내놓았다. 경계와 농담이 불분명한 색채로 서서히, 촉촉하면서도 선명하게 번져나가는 리트머스종이처럼, 시인의 남다른 시각과 촘촘한 감성의 그물망으로 걸러낸 현실세계 속 각양각색의 풍경들이 시집 전체에 살아숨쉰다.
“실뿌리처럼 금이” 간 채 “미로같이 얽혀”(「산동네의 밤」) 있는 곳, “울음이 엉겨 잘 돌아가지 않는”(「대학병원 지하주차장」) 것, “틈만 나면 살고 싶었”(「홀씨의 나날」)던 나날들 등, 그의 시는 타인을 적나라한 현실 속으로 인도하며 그 진실한 풍경을 편견 없이 비춰내려 노력한다. 현실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각과 태도는 비정하고 삭막한 현실세계의 치부를 그려낸, 시집의 핵을 이루는 몇몇 시편들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외국인 노동자로 짐작되는 한 사내가 전화선을 통해 타국으로 실어보내는 고독과 그리움을 그려낸 표제시 「리트머스」에서 사내가 들어 있는 공중전화부스는 리트머스 시험지에 비유된다. 그리고 전혀 낭만적이거나 아름답지 않은 이 그림은 곧 “안개에 젖고 밤바람에 흔들려 후둑,/ 스포이드 물방울처럼 떨어지는 나뭇잎/ 가을은 그렇게 한 가지 색으로 반응해 물들어간다”는 서정성으로 승화한다. 그들은 각각의 사물로서 고유하게 존재할 뿐만 아니라 다른 개체로 쉴새없이 번져나가는데, 여기에 시인 특유의 감수성이 가미되면서 그 풍경들은 한층 인간적인 시각을 지닌 것으로 변화한다.
이렇듯 감정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지나치게 건조하거나 질척거리지도 않는 시인의 시선은 시집 후반부로 가면서 이윽고 자아의 정체성과 실재에 대한 탐구로 이어진다. “어디에도 있는 나를/ 어디에도 없게 하는 로그아웃”(「로그인」), “녹화 테이프가 수없이 되돌려 재생되고 있는/ CCTV 안, 나는 아직 살아 있다”(「지하에서의 실종」), “나를 나로 젖게 만드는 의식은 옷감처럼/ 가로세로의 촘촘한 배열에서 번져온다/ 나는 가상현실처럼 시뮬레이션된다”(「시간의 이면 1」) 등, 디지털과 온라인으로 나타나는 가상현실 속에서 시인의 ‘나’는 끊임없이 사라지고 생성되기를 반복한다. 그러나 이 모든 방황이 귀결되는 것은 “나는 살아 있다”라는 한마디의 사실이다. 이 사실은 “현실의 수많은 균열과 그 균열 속에 존재/ 부재하는 ‘나’들을 일시에 무력화시키며 또다른 삶의 가능성을 꿈꾸게 하게” 해준다. 시인이 꿈꾸는 세계와 삶은 이제 막 첫 마침표를 찍었을 따름이다. “잘 빚어진 시에 대한 고전적인 예술 지향과 언어에 대한 외경심을 깊이 간직한, 최근 시단의 비주류(?)의 영토를 진중히 답파하는 젊은 시인”이라는 평을 받는 그의 첫 발은 그래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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