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2019년 [시와표현] 작품상 수상

2019.11.29 18:05

윤성택 조회 수:519

어쩌다 제9<시와표현> 작품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입니다.

 

- 시와표현201912월호

 

<심사평 에서>


우주의 행성을 동반하는 간헐적 허기


최종심에 올라온 작품을 상상력, 참신성, 진정성, 완성도 등의 심사기준을 설정하여 살펴보았다. 심사숙고를 거쳐 후보작 중 윤성택 간헐적이 이러한 기준에 가장 부합하다고 판단되어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수상작 간헐적이 독자들을 안내하는 곳은 허기이다. 허기는 과거의 일일지라도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일지라도 존재의 의식과 무의식에 자리하며 현실에서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그 허기의 실체에 조금 다가갈 수 있다. 우리가 문학에서 원하는 것, 감정 없는 시가 존재할 수 있을까? 시에서 자신의 감정이 향하는 곳, 자신의 시가 향하는 감정의 상태를 들여다보고 확인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윤성택 시인은 다른 시에서도 돌아올 수 없는 추억은 허기이며 아름답다, 고 노래한다. 그런 아름다움일수록 현실을 누추하게 관통해야 한다. 모든 기억은 추억으로 죽어가면서 화려해지기 때문이다. 시인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시인은 허기진 삶과 문명 사이를 떠가는 존재에 대한 아련한 고독을 모색해간다. 심사위원들의 주된 평가는 윤성택의 우울과 외로움은 바깥에서 수없이 재조직되는 거짓 자아의 중심을 벗어나 본래적 자아에게로 귀의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정념(단식 허기)’임을 발견한다고 했다. 이별과 통증의 감정이 마침내 윤성택의 시를 일으켜 세우고 있으며, 단식과 허기는, 그 감정의 상태는 한편으로 숙성된 이미지, 즉 우주의 행성을 간헐적으로 동반하고 있어 더욱 중요했다고 입을 모았다.”

 

심사위원_최문자(說) 김종태 박해람 이성혁

 

 

9<시와표현> 작품상 수상작

 

간헐적

 

윤성택

 

 

한끼 굶었더니 밤하늘에 별이 긁힌다

튀밥 같던 잠조차 다만 낮의 허기인 게라고

가로등은 불빛 한 주먹 움켜쥐고도

뭔가 모자라 담벽을 다신다

 

삼킬 수 없는 것들만 몸을 애정하고

애정한 밤들만 상냥하게 액()을 때우는지

기척을 한 입 베어 문 개가

들러붙은 골목을 컹컹 뱉어낸다

 

식도 끝에 있는 대문을 오래 잊어주는 것과

복도 끝에 있는 너를 잃어주는 것의 의식인가

단식을 한다는 건 마음으로 돌입하는

예감에게 건네는 공복

 

이별을 시작하고 하루 몇 달은 괴롭지만

그때를 지나면 통증도 사라져

감에 의존하여 반년이고 일생이고

추억을 견딜 수 있다고

 

얼마간 당분간 별안간 내가

굶주린 거울 속에서 걸어 나와

요리조리 몸을 재볼 즈음이면

사랑도 농성이더라,

삭발한 감정이 물그스름한 죽이더라

 

구름 한 덩이 밤하늘에서 떠내는 야식처럼

한 끼는 나를 굶고

굶은 나는 한 끼를 생각해

정갈하게 꿈을 파먹는다

 

 

<시와표현 작품상 수상소감>

 

먼 미래에서의 상상이 나를 현재케

 

마음 속 번번이 이는 불빛을 어쩌지 못하고 살았다. 그것이 시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을 즈음 너무 많은 날들이 나를 읽어버렸다. 그러므로 나는 의식이 가닿는 곳까지 걸어가 기다려야 한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그 막다른 곳, 뚫리는 한 점 불빛. 시는 그렇게 점으로 떠도는 나의 피륙이다. 뭉쳐지는 활자로 목격될 때마다 아리고 아슴아슴하다. 때로 밀쳐두었던 메모도 스쳐 지나는 간이역처럼 나였던 환기였으므로. 그때의 눈빛이 잊힌 과거 속을 상상으로 대체해간다. 아니 먼 미래에서의 상상이 나를 현재하게 한다.

 

부족한 시를 눈여겨 봐주신 심사위원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이 부끄러움이, 더욱 정진하고 실천하기 위한 계기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