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옹이에 옷을 걸다』 / 김수우/ 시와시학사
그들의 봄밤
사내는 쓰레기더미를 뒤지던 회색개를 보았다. 시외버스 터미널 새벽 세 시,
개는 가방을 구겨 안은 사내를 만났다 가로등이 높다랗게 불빛을 날렸다 마주
보았다 원래는 희었을 개에게 사내는 먹던 빵을 통째로 건넸다 개가 빵을 먹
는 동안 사내는 몇 번을 잃을 뻔했던 가방을, 가방의 허기를 철퍼덕 깔고 앉았
다 굳게 닫힌 터미널 슈퍼 앞 새벽 세 시. 덜 외로워진 사내 옆에 덜 배고파진
회색 개도 쭈그렸다 가로등 불빛이 조금 낮아졌다 나란히 봄밤을 올려다보았
다 막 피는 목련을 안고 하늘이 거기 있었다
[감상]
이런 풍경에 마음을 들여놓을 수는 있는지요. 바쁘게 혹은 너무나 한가하게 지나는 시간들 속에서 이런 '외로움'을 느낄 수 있는지요. 이런 봄밤 아릿하게 느껴지는 허기. 아마도 이 시가 좋은 건 이렇게 어느 새벽 '사내'와 '개'의 표정이 보인다는 것이 아닐른지요. 테두리를 두른다면 꼭 로드무비 영화포스터가 될 것 같네요.
누가 안아 줄까? 할말이 없는 좋은 시 고맙습니다.
이렇게 쉽게 읽히고 감동이 큰 시, 나는 언제 쓸가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