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그들의 봄밤 - 김수우

2003.03.07 11:59

윤성택 조회 수:1175 추천:168

『당신의 옹이에 옷을 걸다』 / 김수우/ 시와시학사



        그들의 봄밤


  사내는 쓰레기더미를 뒤지던 회색개를 보았다. 시외버스 터미널 새벽 세 시,
개는 가방을 구겨 안은 사내를 만났다 가로등이 높다랗게 불빛을 날렸다 마주
보았다  원래는 희었을 개에게 사내는 먹던 빵을 통째로 건넸다  개가 빵을 먹
는 동안 사내는 몇 번을 잃을 뻔했던 가방을, 가방의 허기를 철퍼덕 깔고 앉았
다 굳게 닫힌 터미널 슈퍼 앞 새벽 세 시.  덜 외로워진 사내 옆에 덜 배고파진
회색 개도 쭈그렸다 가로등 불빛이 조금 낮아졌다  나란히 봄밤을 올려다보았
다 막 피는 목련을 안고 하늘이 거기 있었다
        

[감상]
이런 풍경에 마음을 들여놓을 수는 있는지요. 바쁘게 혹은 너무나 한가하게 지나는 시간들 속에서 이런 '외로움'을 느낄 수 있는지요. 이런 봄밤 아릿하게 느껴지는 허기. 아마도 이 시가 좋은 건 이렇게 어느 새벽 '사내'와 '개'의 표정이 보인다는 것이 아닐른지요. 테두리를 두른다면 꼭 로드무비 영화포스터가 될 것 같네요.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411 흑백다방 - 정일근 2003.04.11 1212 177
410 얼굴 없는 기억 - 김일영 2003.04.10 1123 146
409 활엽수림 영화관 - 문성해 2003.04.08 1080 183
408 봄소풍 - 박성우 2003.04.07 1291 165
407 달밤에 숨어 - 고재종 2003.04.03 1149 161
406 때늦은 점심 - 이지현 [1] 2003.04.02 1084 158
405 암각화 - 오탁번 2003.04.01 927 165
404 상상동물 이야기·5 - 권혁웅 2003.03.28 971 154
403 노인과 수레 - 안시아 2003.03.26 1231 194
402 생선 - 조동범 [1] 2003.03.21 1204 160
401 오래된 부채 - 천수호 2003.03.20 1054 199
400 술병 빗돌 - 이면우 [1] 2003.03.18 1070 176
399 구름, 한 자리에 있지 못하는 - 이명덕 2003.03.17 1041 179
398 나무 - 안도현 [1] 2003.03.15 1666 163
397 어머니 방 - 조숙향 2003.03.13 1184 166
396 25時 체인점 앞에서 - 최을원 2003.03.12 1066 172
395 탈피 - 박판식 2003.03.11 1071 208
394 오래된 가구 - 마경덕 2003.03.10 1111 200
» 그들의 봄밤 - 김수우 [1] 2003.03.07 1175 168
392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 최금진 2003.03.06 1379 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