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박성우/ 창작과비평사
봄소풍
봄비가 그쳤구요
햇발이 발목 젖지 않게
살금살금 벚꽃길을 거니는 아침입니다
더러는 꽃잎 베어문 햇살이
나무늘보마냥 가지에 발가락을 감고 있구요
아슬아슬하게
허벅지 드러낸 버드나무가
푸릇푸릇한 생머리를 바람에 말리고 있습니다
손거울로 힐끗힐끗
버드나무 엉덩이 훔쳐보는 저수지,
나도 합세해 집적거리는데
얄미웠을까요, 얄미웠겠지요
힘껏 돌팔매질하는 그녀,
손끝을 따라 봄이 튑니다
힘껏 돌팔매질하는 그녀
신나서 폴짝거릴 때마다
입가에서 배추흰나비떼 날아오릅니다
나는 나를 잠시 버리기로 합니다
[감상]
휴일 소풍을 나간 정감이 통통 튀는 물수제비처럼 느껴지는 시입니다. '손거울로 힐끗힐끗/ 버드나무 엉덩이 훔쳐보는 저수지,'의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장난스런 의인화가 즐겁습니다. 매번 진중하고 치열한 시들의 사이에서 가끔 이런 시 한 편, 월요일 마음의 여유을 갖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