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이면우/ 『창작과비평사』시인선
술병 빗돌
술주정뱅이 이윽고 간경화로 죽었다 살아 다 마셔버렸으니 남은 건 고만고만한 아이 셋,
공동묘지 비탈에 끌어묻고 돌아나오는데 코훌쩍이 여섯살 사내애가 붉은 무덤 발치에 소
주병을 묻는다 그것도 거꾸로 세워 묻는다
그거 왜 묻느냐니까 울어 퉁퉁 분 누나들 사이에서
뽀송한 눈으로 빤히 올려다보며 말했다
나중에 안 잊어버릴라구요
[감상]
아이의 순수한 대답 속에 적어도 두 가지 정도의 복선이 숨어 있군요. 아버지의 삶을 끝까지 지켜보았을 아이의 눈과, 고만고만한 묘들 사이에서 아버지를 찾아내야 하는 어린 아들의 생각이 그러할 겁니다. 이면우 시인은 보일러공이었다고 하더군요. 큰형이 준 박용래 시집을 읽고 감명을 받아 시를 쓰기 시작했는데, 아내와 아이가 안방에서 잠든 사이 불기도 없는 윗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 무작정 시를 썼다고 합니다. '무작정'이라는 말, 새삼 울림을 주는 것은 왜일까요.
그대 잊지 말라는 '당부'가 아닌가,!!
'이 면우'님의 詩에서 '발견'하고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