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두 번 쓸쓸한 전화 - 한명희

2003.08.18 11:29

윤성택 조회 수:1255 추천:148

『두 번 쓸쓸한 전화』/ 한명희/ 시작 시인선



        두 번 쓸쓸한 전화        
            
        
        시 안 써도 좋으니까
        언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조카의 첫돌을 알리는
        동생의 전화다
        
        내 우울이, 내 칩거가, 내 불면이
        어찌 시 때문이겠는가
        
        자꾸만 뾰족뾰족해지는 나를 어쩔 수 없고
        일어서자 일어서자 하면서도 자꾸만 주저앉는 나를 어쩔 수 없는데
        
        미혼,
        실업,
        버스 운전사에게 내어버린 신경질,
        세 번이나 연기한 약속,
        냉장고 속 썩어가는 김치,
        오후 다섯 시의 두통,
        햇빛이 드는 방에서 살고 싶다고 쓰여진 일기장,
        이 모든 것이 어찌 시 때문만이겠는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시
        한번도 당당히 시인이라고 말해보지 못한 시
        그 시, 때문이겠는가
        

        
[감상]
詩와 삶을 동시에 밀고 가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시 안 써도 좋으니까 행복했음 좋겠어 라는 말, 왜 자꾸 마음 한 구석을 결리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 시는 일상의 소소한 감정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시에게 말을 거는 진솔함이 있습니다. 詩 때문에, 쓸쓸한 것들만 당당한 오늘입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491 흔적 없는 흔적 - 이민하 [1] 2003.09.23 1500 232
490 달과 함께 흘러가다 - 최금진 2003.09.19 1515 178
489 흔적 세우기 - 이위발 2003.09.18 1202 214
488 나는 불 꺼진 숲을 희망이라 말하고 싶다 - 고영 2003.09.16 1272 173
487 하늘우체국 - 김수우 2003.09.12 1632 172
486 쓰리 아웃 체인지 - 황병승 2003.09.08 1174 185
485 오래된 사랑 - 박수현 2003.09.05 1595 170
484 장례식장의 신데렐라 - 이지현 2003.09.04 1097 165
483 자전거포 노인 - 최을원 2003.09.03 1037 166
482 어머니 날 낳으시고 - 정일근 2003.09.01 1236 153
481 장마 - 김인자 [1] 2003.08.30 1227 163
480 알쏭달쏭한 소녀백과사전 / 흰벽 - 이기인 [2] 2003.08.29 1092 176
479 프리지아에게 - 송승환 [1] 2003.08.28 1197 169
478 하시시 - 안현미 2003.08.27 1207 186
477 오래된 약 - 백인덕 2003.08.26 1121 166
476 다리 마네킹 - 박설희 2003.08.22 962 164
475 오해 - 이장욱 [1] 2003.08.21 1232 178
» 두 번 쓸쓸한 전화 - 한명희 [1] 2003.08.18 1255 148
473 사랑 - 김상미 2003.08.14 1803 161
472 연애소설 - 전윤호 [1] 2003.08.13 1322 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