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지아에게」/ 송승환/ 『문학동네』2003 신인당선작 中
프리지아에게
프리지아를 안고 수화기를 든다 번호를 누를 때 유리창 밖 전깃줄은
팽팽하다 빨간 신호등 앞에서 빽빽이 서 있는 자동차들 신호음에 살
고 있는 새들의 파닥거림…… 프리지아 겹겹의 꽃잎이 감싸고 있는
고요 조금만 스쳐도 파랗게 시든다 공중전화부스를 나오는데 날개를
펴고 노을 속으로 저녁이 날아간다 프리지아 사람들 사이 꽃대가 휜
다 프리지아
[감상]
개인적으로 산문시가 좋은 이유는 간결한 호흡 때문입니다. 이 시는 길지 않은 문장으로 운율을 유지하면서 거기에서 파생되는 이미지들이 덧대어냅니다. 프리지아 꽃을 사들고 공중전화를 거는 화자의 심리를 풍경으로 묘사해낸 것이 인상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