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해 - 이장욱

2003.08.21 11:11

윤성택 조회 수:1209 추천:178

「오해」/ 이장욱 / 『시인세계』2003년 가을호



        오해


        나는 오해될 것이다. 너에게도 바람에게도 달력에게도.

        나는 오해될 것이다. 아침상 위에서,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나긴 터널을
     뚫고 지금 막 지상으로 나온 전철 안에서, 결국 나는,
        나를 비껴갈 것이다.

        갑자기 쏟아지는 햇빛이 내 생각을 휘감아 반대편 창문으로 몰려가는데,
        내 생각 안에 있던  너와 바람과 용의자와 국제면 하단의 보트 피플들이
     강물 위에 점점이 빛나는데,

        너와 바람과 햇빛이 잡지 못한 나는 오전 여덟시 순환선의 속도 안에
        약간 비스듬한 자세로 고정되는 중. 일생을 오해받는 자들,
        고개를 기울인 채 다른 세상을 떠돌고 있다.



[감상]
오해란 잘못 이해되거나 잘못 해석된 것을 말합니다. 순환선의 지하철처럼 수없이 당신 곁을 떠도는 이 생의 삶이, 어쩌면 '나를 비껴갈 것'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그리하여 '오해될 것이다'란 참뜻을 아는 사람만이 감내하는 발음일지도 모릅니다. 각기 다른 세상을 떠돌고 있을, 그러나 곧 다가올 인연이 어떻게 내게로 오는지 생각하게 하는 시네요.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491 흔적 없는 흔적 - 이민하 [1] 2003.09.23 1495 232
490 달과 함께 흘러가다 - 최금진 2003.09.19 1513 178
489 흔적 세우기 - 이위발 2003.09.18 1193 214
488 나는 불 꺼진 숲을 희망이라 말하고 싶다 - 고영 2003.09.16 1264 173
487 하늘우체국 - 김수우 2003.09.12 1627 172
486 쓰리 아웃 체인지 - 황병승 2003.09.08 1165 185
485 오래된 사랑 - 박수현 2003.09.05 1590 170
484 장례식장의 신데렐라 - 이지현 2003.09.04 1087 165
483 자전거포 노인 - 최을원 2003.09.03 1035 166
482 어머니 날 낳으시고 - 정일근 2003.09.01 1218 153
481 장마 - 김인자 [1] 2003.08.30 1224 163
480 알쏭달쏭한 소녀백과사전 / 흰벽 - 이기인 [2] 2003.08.29 1079 176
479 프리지아에게 - 송승환 [1] 2003.08.28 1193 169
478 하시시 - 안현미 2003.08.27 1200 186
477 오래된 약 - 백인덕 2003.08.26 1117 166
476 다리 마네킹 - 박설희 2003.08.22 960 164
» 오해 - 이장욱 [1] 2003.08.21 1209 178
474 두 번 쓸쓸한 전화 - 한명희 [1] 2003.08.18 1251 148
473 사랑 - 김상미 2003.08.14 1801 161
472 연애소설 - 전윤호 [1] 2003.08.13 1317 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