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이장욱 / 『시인세계』2003년 가을호
오해
나는 오해될 것이다. 너에게도 바람에게도 달력에게도.
나는 오해될 것이다. 아침상 위에서,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나긴 터널을
뚫고 지금 막 지상으로 나온 전철 안에서, 결국 나는,
나를 비껴갈 것이다.
갑자기 쏟아지는 햇빛이 내 생각을 휘감아 반대편 창문으로 몰려가는데,
내 생각 안에 있던 너와 바람과 용의자와 국제면 하단의 보트 피플들이
강물 위에 점점이 빛나는데,
너와 바람과 햇빛이 잡지 못한 나는 오전 여덟시 순환선의 속도 안에
약간 비스듬한 자세로 고정되는 중. 일생을 오해받는 자들,
고개를 기울인 채 다른 세상을 떠돌고 있다.
[감상]
오해란 잘못 이해되거나 잘못 해석된 것을 말합니다. 순환선의 지하철처럼 수없이 당신 곁을 떠도는 이 생의 삶이, 어쩌면 '나를 비껴갈 것'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그리하여 '오해될 것이다'란 참뜻을 아는 사람만이 감내하는 발음일지도 모릅니다. 각기 다른 세상을 떠돌고 있을, 그러나 곧 다가올 인연이 어떻게 내게로 오는지 생각하게 하는 시네요.
고개를 기울인 채 다른 세상을 떠돌 수밖에 없는 슬픔을...
오해의 막막함은 안개의 늪과 같을 수 있지만
오해는 삶과 죽음의 사이에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이의 신비로움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