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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긴 문을 열고

2001.09.16 14:00

wannabe 조회 수:171

아주 오랜만에 시간을 꽁꽁 붙잡아가며 술을 마셨습니다.
하루의 경계에서 절묘하게 글루미 선데이를 들었구요.
낯설지 않은 푸른 불빛 속에서
이미 잃어버린 과거를 이야기하며 조금 아팠던 것도 같습니다
다시 돌릴 수 없다는
이미 놀랄 것도 없는 그 말에
가슴이 아팠던 것은
추억속에서 나, 아직 헤매고 있다는 뜻일까요.
그래도
몇몇의 상처들에겐 몸을 낮추고 용서를 구해야겠습니다
어쩌면 누구의 잘못도 아닌 일에 우리는
등을 보이며 돌아서야했지요

잠긴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서는 순간의
새벽 온기는 젖어있지 않아도 좋습니다
이제는 신문배달부의 거친 숨소리에도,
우유 아줌마의 능숙한 손놀림에도
움찔하며 놀라지 않습니다.
염치없게도 저는 이미 그들의 새벽을 알아가고 있는 모양입니다

마음의 문에는 손잡이가 없습니다
그것은 바로 안에서부터 열려야하기 때문입니다.
수줍게 열린 문 틈으로
바람,
먼저 들어와 계절을 간지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