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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 그림과 음악-새해인사-

2002.02.12 23:06

재뢰아 조회 수: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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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네의 정원Le Jardin de M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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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 라자르 역La Gare Saint - Laz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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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베르니의 건초더미La Meule De Foin A Giver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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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Pathway in Monets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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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pp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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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l Viale Del Gard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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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net in His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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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ymphe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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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terlilies and Agapant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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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dame Monet in her Garden at Giver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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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식사Le Dejeu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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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베르니의 나룻배La Barque a Giver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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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dre Gagnon - Les Yeux Fermes
                          


< 존재의 빛을 포착하라 >

* ‘사물’, 우리는 이 단어를 들을 때
* 얼핏 일정한 테두리를 지닌 고체를 떠올린다.
* 그러나 고체만이 사물은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하나의 개체야말로
* ‘사물’이라는 말에 가장 걸맞은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 이것이 분석적 이성에 의해 길들여진 사고다.
*
* 분석적 이성의 논리는 ‘고체의 논리’이다.
* 상식, 그리고 상식을 세련화한 분석적 이성은 고체를 모델로 한다.
* 왜인가? 인간에게 가장 명료하게 다가오는 분석은
* 공간적 분석이며(그래서 사람들은 지도를 그리고, 증권 시세를 나타내는
* 그래프를 그리고, 건축물의 도안을 그린다), 명료한 공간적 분석을
* 허용하는 것은 고체이기 때문이다.
* 반면 유체(액체, 기체)는 일정한 공간에 고정되지 않으며
* 때문에 공간적 분석을 허용하지 않는다.
* 액체와 기체를 다루는 것은 늘 고체의 도움을 받아서이다(그릇에 담긴 물).
* 상식은 사물들을 다루기를 원하며 그것들이 인간에게
* 유용한 존재들이기를 원한다.
* 상식의 세계에서 사물들은 곧 ‘물건들’이다.
*
*
* 고체의 논리에서 액체의 사유로
*
*
* 서구 담론사의 맥락에서 사물에 대한 이러한 개념은
* ‘형상’(形相) 개념이 다듬어지면서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 흘러가는 것, 순간적인 것은 가짜이고
* 영원하고 자기동일적인 것은 진짜이다.
* 본래 ‘physis’는 자라는 것, 생성하는 것이었다.
* 그러나 피지스가 인간이 만들어낸 범주들에 속박되고
* 분석(anslysis)이 사물 인식의 가장 기본적인 방식으로 자리잡으면서
* 액체적인 것은 이성의 저편으로 쫓겨난다.
*
* 플라톤 이후 서구 학문의 기본 시각이라고 할 수 있는
* 고체의 논리를 총체적으로 전복시키고자 했던 베르그송이
* 액체의 사유를 구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 지속이란 끊임없는 흐름이자, 그 흐름의 과정에서
* 차이들을 산출해내는 역동적 잠재성이다.
* 그리고 이 지속의 성격은 인간의 의식에서,
* 생명체의 기억에서, 우주의 진화에서 확인된다.
*
* 지속을 직관하는 것은 차이를 직관하는 것이다.
* 우리는 하나의 탁자가 ‘녹색’이라고 말한다.
* 그러나 유심히 보면 그 탁자에 녹색이 아닌 부분도 많다.
* 우리는 하나의 종이가 ‘사각형’이라고 말한다.
* 그러나 유심히 보면 종이는 사각형이 아니다.
* 그러나 우리의 둔한 지각과 그 둔한 지각에 기반한 일상 언어는
* 사물의 미세한 흐름, 운동, 떨림, 울림을 사상하고
* 평균화하고 양화(量化)한다.
* 베르그송은 우리에게 세계를 새롭게 지각할 것을 말한다.
* 둔한 지각, 이론에 의해 이미 재단된 지각이 아니라
* 세계의 밝힘 아래에, 빛 아래에 설 것을 말한다.
* 그것은 곧 세계가 더이상 주체의 편견이나 둔한 의식에 의해
* 은폐되는 것이 아니라 환한 탈은폐의 빛 아래에 드러나는 경지이다.
* 베르그송의 사유는 이 존재의 빛을 사유하고 또 지각하고자 한다.
*
* 베르그송의 사유는 19세기 말, 20세기 초 거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 특히 문학, 예술에서의 혁명과 나란히 진행되었다.
* 프루스트의 문학에서 우리는 평균화되고 도식화된 기억의 저편에서
* 지극히 미세하고 지극히 섬세한 기억의 흐름이
* 흐르는 강물처럼 펼쳐지는 것을 본다.
* 드뷔시의 음악에서 우리는 일정한 화성과
* 음악적 도식에 사로잡혔던 소리들이 자유롭게 해방되어
*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듣는다.
* 그것은 단순한 주체의 ‘인상’이 아니라 세계와 주체의 새로운 만남,
* 존재의 새로운 얼굴의 드러남, 존재의 빛 아래에 섬이다.
*
*
* 무수한 인상들에 대한 성찰의 결과
*
* 모네의 그림이야말로 인간에게 드러나는 세계의 원초적인 모습에
* 그 누구보다도 충실한 사람의 그림일 것이다.
* 모네에게는 어떤 이론도 필요없었다.
* (“나는 언제나 이론을 끔찍이 싫어했다”).
* 그에게 필요한 것은 자연을 보고 또 보는 것이었다.
* 서구 화가들 중 모네만큼 자연을 사랑한 인물도 드물 것이다.
* 그렇다고 그의 그림이 그저 일정 순간에 인식 주체에 나타난
* ‘인상’을 스케치한 것은 아니다.
* 봄은 이미 생각을 전제한다.
* 사실 생각하지 않고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때문에 모네의 그림은 단순한 인상의 포착이 아니라
* 보고 또 보는 행위 가운데에서 익어간 끊임없는 성찰의 결과라고
* 해야 할 것이다. 모네는 화가란 그림을 그리기 전에
* 마음속에 이미 완성된 그림을 그리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 이것은 일반적인 인상주의 이해와는 다소 어긋나는 말이다.
* 결국 모네의 그림은 한순간의 인상을 그린 것이 아니라
* 무수한 인상들에 대한 계속되는 성찰의 결과라 해야 할 것이다.
*
* 유명한 수련 연작은 모네 그림의 특성을 한껏 드러낸다.
* 물의 묘사가 워낙 탁월해 그림을 보는 사람의 얼굴이
* 그 그림에 비칠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 물에 비친 버드나무 가지의 그림자는
* 실제 버드나무가 물에 비친 듯이 보인다.
* 물 위를 미끄러지듯 떠가는 연꽃들은 자유분방한 터치로
* 그려졌음에도 사실적이다. 그러나 모네 그림의 사실성은
* 사물의 윤곽을 정밀하게 그리는 구래의 사실성과는 거리가 멀다.
* 그것은 연꽃이 시시각각 변하는 태양빛 아래에서 나타내는 형태들을
* 본질적인 측면들에서 포착하고 있다.
* 모네는 지베르니에 설치한 일본식 정원에서 작업했으며,
* 자연에 대한 그의 집요한 관찰이 특히 잘 드러나는 것이 수련 연작이다.
*
* 모네의 그림은 빛의 운동성 속에서 빛나는 사물의 존재를 포착하고 있다.
* 한 편지에서 그는 자신이 태양을 따라잡을 힘이 없다는 것에 대해
* 한탄하고 있다. “요즘 해가 어찌나 빨리 지는지 따라잡을 수가 없다네.”
* 빛의 운동성은 사물을 매끈한 윤곽선에서 해방시켜 떨리게 만든다.
* 그리고 그 떨림은 시간 속에서 변해가며 베르그송적인 의미에서 지속한다.
* 그 떨림을 포착하는 것이 화가의 특권이다.
*
* <에트르타 어선들의 출항>(1886)은 모네적 자연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 시원하게 구획된 그림은 바다, 하늘, 산, 모래사장 그리고 배들을 보여준다.
멀리 시선을 두면 탁 트인 바다와 하늘이 나타난다.
그러나 어디가 바다이고 어디가 하늘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그 아득한 공간으로 여러 배가 떠나가고 있다.
배들 또한 자유로운 터치로 그려져 있으며, 바다 위를 떠간다기보다
차라리 아득한 저 너머 공간으로 흡수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산 역시 하늘 및 바다와 혼연일체되어 햇빛 아래에 빛나고 있다.
그림 전체가 비슷한 색들로 칠해져 있으면서도
사물들이 제 역할을 뚜렷이 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모네의 예술은 존재의 드러남 자체를,
존재의 빛 아래에서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포착하고 있다.
모네의 그림에서 우리는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을 본다.

이정우 - 철학아카데미 원장 elandamour@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