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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효용...

2002.02.14 23:32

김솔 조회 수:185 추천:2

詩란게 얼마나 유용한 것인지...

오랜만에 금남로 위를 혼자 걷고 있는데

"지친 배를 시멘트 바닥에 깔고 있는 것은
세상을 품고 산다는" 사람을 발밑에서 발견하자

어떤 시인의 시가 떠오르더니
발목을 움켜 잡더라고요.

대목이라, 혹은 봄이라
애벌레 같은 사람들이 많이도 눈에 띄여서
왔다갔다 하면서 손에 잡히는 대로 적선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까
같은 사람한테 두 번씩이나  
"굴욕의 또 다른 얼굴" 같은 동전들로
적선을 했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껌을 사야 했지요.
집에 돌아가려면 잔돈이 필요했거든요.

그 사람,
나의 우둔함을 비웃었을지 모르지만
시 한 편 때문에
배부르고 등 따뜻했을 그를 생각하니
시 한 편 읽어 두길 잘했구나 하다가,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은 시를 읽지 않고 살겠구나 싶어
그들의 시시한 삶을 비웃고.

오랫동안 시인과 술마셔오길 잘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