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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장 속의 낡은 사진

2002.03.06 01:06

어리연꽃 조회 수:170 추천:2


모처럼 만의 여유가 좋아서
그냥 대청소를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꾸역꾸역 쌓아두었던  먼지앉은 서랍장 안까지
다 정리를 해버렸죠.

그러다 보니 3년전의 카드영수증, 고지서, 현금 입출내역등등..
뭘 이렇게 필요없는걸 난 쌓아두고 있었을까 한심해 하면서....
그렇게 2시간 넘게 쓰레기 봉투 2개가 가득 찰때까지 다 정리해 버렸습니다.

근데 그속에서  낡은 사진이 몇장 나왔습니다.

그속엔 여름 바닷가에서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썬그라스에 제법 폼을 잡고 멋있게 찍은 근사한 남자의 사진 .....
운동을 하셨는지 바닷가를 배경으로 멋진 몸매(?)를 보이시면서....

바로 아버지의 사진....

'그랬구나. 아버지에게도  
젊음과 청춘만으로도 그저 멋져보였던 시절이 있었구나...'
지금 아버지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서 한참을 들여다 봤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사진.
그때도 유행이었는지 차이나 칼라에 유난히 긴목을 내보이시며
날씬한 미니 스커트도 입은....

그렇게 예뻤던 햅번 스타일의 머리는 곱슬거리는 아줌마 파마로
원피스에 멋지게 어울리는 하이힐은 그저 발이 편한 폭신한 신발로
나무젓가락이 별명이엇다는 날씬한 바지 대신 똥배 볼록나온 바지로...

내가 초등학교 때였던가 다락방에서 사진이 가득든 상자에서
이사진들을 발견했을때
어머닌 한번 보시곤 고개 돌리시고 다시 보기 싫어 했었다.

'왜그래 엄마 , 예쁜데.... 우리엄마 와~~~ 멋지네......'
라며 그저 옆에서 난 신기하게만 봤다.

아버지의 멋진 젊음도 어머니의 멋진 모습도
그렇게 빨리 사라진건 다 우리들 때문이란것
아주 잊고 지내왔는데 ......

새삼 고마워진다.
자꾸 잊어버리고 내가 알아서, 내가 잘나서 이렇게 큰줄로 착각하는거..
새삼 반성하게 한다.
고마워 하는거. 잘 잊어버리고 사는거.

내가 엄마 아빠의 나이가 되었을땐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