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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2002.03.07 02:00

김솔 조회 수:173 추천:3

봄에는
누구든 무엇이든
만나는 것마다
사랑스러워진다
그것은
미지근한 햇빛이
모든 사물의 숨결을
섬유질처럼 눅진하게 만들고
촘촘히 엮은 후
나무 사이 가로등 사이 빌딩 그늘 사이
해먹처럼 걸어두고
걷는 사람들을 붙들어 흔들기 때문이다
그 나른한 비행 동안
폐곡선 속에 갇힌 형상들이 휘발하면서
순수한 감정들만 남는 것이다
우린 고작 아지랑이를 보고
이 숨겨진 사실을 짐작할 수 있지만
분명 거미의 눈엔
잠자리의 투명날개처럼 투명한
봄의 그물이 보일 것이다.


*봄이 되어도 볼 수 없는 사람들은, 겨우내 눈을 빼앗긴 자들이 아닐까요? 마음에 눈....이외수님의 고견에 따르면 눈에는 네 종류가 있는데...보이는 것들만을 감지하는 肉眼과, 논리와 이성으로 현상을 파악하는 腦眼과, 직관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의 본질을 발견해내는 心眼과, 마지막 깨달음으로 자유로워진 영혼을 바라볼 수 있는 靈眼....경칩에 개구리가 눈을 떴는데...저는 언제쯤 네 개 중 하나의 눈이라도 뜰 수 있을까요...제게도 네 개의 눈...내 얼굴 하나, 안경에 하나, 술잔에 하나, 그대 눈동자에 하나....결국 조만간 만나서 술 마시자는 얘기로 끝을 맺고야 마는군요..헤헤헤...꽃가루조심...꽃뱀도 조심...꽃술에 꽃부침 안주도 조심...헤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