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들고
45도쯤 몸을 돌리면
붉은 단풍나무 한그루 서 있다.
여고1년,그가 보낸 편지에 나는 답장을 썼고
중1인 그는 내 답장에 또 답장을 쓰고
"네가 몹시 보고 싶었어" 멀리서 온 그에게
그 말을 하려다, 여자 친구 있어?"
늘, 나는 참 엉뚱한 말을 했었지.
"녜,"
언제나 그의 대답은 변함이 없었고. 교복 입은 그의 어깨를 툭,툭치며
나는 선배답게 뻐근한 마음을 감추며 장난을 걸었다.
그는 돌아가서 다시 두툼한 편지를 보내고 나도 두툼하게 답장을 썼다.
눈이 오거나, 그 중 첫 눈이 오거나
비가 오거나, 그 중 저녁무렵 내리는 비를 만나면,,,
먼 시간의 울타리를 돌아, 묻고 싶어진다. 왜? 나에게 그렇게 많은
편지를 쓴거지?
형체가 없는 대상, 그러나 끈질기게 나를 에워싸고 있는
이 염치없는 망령.
내 기억의 끝자락에서 저 단풍나무 같은 눈빛으로 왔다가
언제나 내 가슴속 깊숙이 자리를 잡고 바삭거리며 떨어져 내리는 낙엽으로,
커피를 다 마시고 빈 종이컵을 든 채 우두커니, 오래 전 그의 눈빛을 읽는다.
미국에서, 한국에서, 지나간 시간만큼 먼 거리에서 우리는 함께 늙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