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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묶는 것들...

2003.03.15 11:23

... 조회 수:176 추천:1



나와 또 하나의 내가 이런 대화를 한다.

이카루스를 아십니까?

그럼요. 이카루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이 아닙니까? 밀초로 붙인 깃털들의 날개로 바다 위를 날다가 밀초가 녹는 바람에 깃털들이 흩어져서 바다로 추락해버린 인물이지요?

잘알고 계시는 군요......그렇다면 오늘 우리, 그 날개에 붙인 밀초가 왜 녹았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요?

그야 하늘을 너무 높이 나는 바람에 뜨거운 태양에 날개가 닿을 지경이 되어 그런 것 아닙니까?

이야기야 그렇죠. 그러나 또 다른 이유를 생각한다면......이카루스는 왜 밀초로 날개를 붙였는지를 알면서도 태양 가까이 날았을까요?

글쎄요......솜씨 좋은 장인인 아버지 다이달로스가 절대로 높이 날지 말라고 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아들 이카루스는 어긴다!...... 다시 말하면,'감옥을 빠져나와 높이 하늘을 날다 보니까 그만 오만해졌다?' 뭐 이런 교훈을 주는 것 아닐까요? 또는 어떤 이가 말하는 것처럼 '신은 인간의 이상이 태양보다 높아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런 것은 아닐는지?

그런 점도 이유가 되겠군요......그러나 그보다......

아, 이카루스는 예술가 그중에서도 시인이었군요......

그렇습니다. 이카루스는 예술가였습니다. 그래서 '규범' 이상으로 상승하려고 했습니다.예술은 언제나 규범을 벗어나는 것, 그러므로 장인의 솜씨를 능가하는 것이죠. 푸른 지중해에 떠도는 이카루스의 깃털들을 바라 보는 다이달로스는 한 예술가의 떠도는 혼을 바라보는 것이었죠.

규범으로부터 벗어남이란 무엇입니까.

일탈을 말하는 것이지요. 예술을 판에 박은 어떤 틀을 떠날때 이루어지는 것일 터입니다. 들뢰즈라는 철학자는 그것을 "우리를 묶는 모든 것으로부터의 해방"이라고 하고 있습니다만......

그러나 그렇게 '상승-일탈-벗어나기'만 하고 있으면 '예술-본질'은 현실을 떠나버리게 되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그러니까 이카루스는 날개가 흩어져 추락하는 것이지요. 영원히 추락하는 영원한 상승, 이카루스는 '벗어나기 하는-벗어나기 하려는' 예술의 날개를 지중해 바다 위에 흩뜨러 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구체의 형상을 찾기 위해서. 그런데 진정한 예술적 창조는 장애요인이 있을 때 더욱 잘 이루어지는 법이 아닐까요?

그 장애요인이 이카루스에겐 '밀초의 녹음'이군요.

그렇습니다. 이카루스의 날개는 지금도 펄럭이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이완하면서, 그래서 추락을 준비하면서 태양을 향하여 날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의 장애요인은 무엇입니까. 장애효과를 이루게 하는 것, 당신에게 유토피아를 꿈꾸게 하는 것, 구체의 언어로 다가가려고 하지만, 완전히 다가설 수는 없게 하는 것, 상승-추락의 날개는 무엇입니까.

......

우리를 묶는 것들이란 지루한 일상의, 판에 박은 이미지들의 모든 것, 그런 것들일 것입니다. 그런 것들을 넘어, 말하자면 당신의 '이카루스의 해(海)'를 보여주십시오. 당신의 속에 있는 아름다운-죽음의-삶의 '지중해'를.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중-강은교



...^^...날이 좋습니다...어깨죽지가 근질대지 않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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