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한 구석 벤치에 앉아 건너다보면, 아이들과 강아지들 버무려진 배경 사이로 벚꽃이 환합니다.
청소원이 훑고 지나간 자리, 비둘기들은 보도블록을 툭툭 건드리며 고갯짓을 합니다. 구름 몇 점.. 커피잔으로 똑 떠가던 CF처럼 하늘엔 꼭 그런 구름 두어 점 달려있고, 나는 슬리퍼를 벗어 벤치위로 두 발을 포개앉습니다.
절정에 이른 봄 속에 있으면 왠지 소외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저의 봄은 늘 찬란한 슬픔입니다.
그것은 열등감과는 조금 다른 감정인데, 자칫 우울증으로 발전할까 두려워 어떤땐 일부러 햇빛을 쐬러 나오곤 합니다.
잘 구워진 피자헛 배달통이 덜거덕 거리며 달려갑니다. 빨간색이 햇빛에 반사되니 이글거리는 듯 합니다.
왜 제 눈엔 저것이 가스통으로 보일까요? 이곳은 열병합 지역난방을 하는 신도시라 가스통은 흔히 보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말입니다.
님의 시 생각이 났습니다. 청춘이 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옆자리에 앉은 애들아빠에게 님의 시 얘기를 했습니다. 시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그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제는 희끗희끗 흰머리 중년인 그도 청춘이 그리운가 봅니다.
공원에 가만 앉아있으면 아장아장 유년부터 중풍을 이기려고 뒤뚱거리며 산책하는 노년까지 , 실시간으로 보여지는 그림들이 있습니다. 내 미래이기도 우리들의 미래이기도 한 그런 것들 말입니다.
여전히 봄꽃은 팡팡 후래시를 터뜨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