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며칠 간격으로, 아래 윗집이 이사하는 바람에 저는 갑자기 허공중에 뜬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올들어 처음으로 매미가 14층 베란다 방충망에 매달려 한참을 울고 가더군요.
매년 듣던 매미소린데 (요즘 도심의 매미는 내성이 생겨 그윽한 울음보다는 소음에 가깝지만) 말입니다.
저 놈은 이곳을 찾아오기 위해서 7년간을 굼벵이로 준비된 생을 살아왔는데, 나는 다음 생을 위하여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니 빈 주먹 뿐입니다.
당장, 리모델링하느라 꿍꽝거리는 소리에 예민해져 하루에도 몇 번씩 계단을 뛰어오르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 얼마나 애써야 했는지.................^^모르거든요. 그럴때면 외출을 서두르곤 했죠.
제 詩는 또 어땠구요? 리모델링은 커녕, 습작노트 속에서 벌써 몇달을 그냥 그렇게 지내고 있는지 모릅니다.
진한 페인트 냄새가 하수구로 욕실로 현관으로 잠입해 뇌신경을 마비시킵니다. 아마도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나 봅니다.
새 집엔 어떤 사람들이 올까 갑자기 궁금해 집니다. 한동안은 13, 15층의 숫자에 제 주파수가 맞춰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신경은 계속 마비된 채로 지내고 싶습니다. 소리에도, 냄새에도, 빛에도.... 모두 조금씩만 무뎌진다면, 제 남은 생이 훨씬 자유로울테니까 말입니다.
매미가 가르쳐주고 간 '느리게 사는 법'을 배운 하루였습니다. 님께선 여전히 행복하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