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이력서
김순진
나의 이름은 군고구마다
질화로에 둘러 앉은 겨울 출석부
나의 나이는 술래잡기다
언제나 가고픈 그리운 유년(乳年)
나의 학력은 그리움이다
못잊어 마시는 탁배기 한 잔
나의 주소는 처마 밑이다
지푸라기로 엮어 말린 무청 시래기
나의 성격은 청국장이다
청량고추 넣고 끓인 뚝배기 찌개
나의 특기는 손님 맞기다.
맨발로 뛰어나와 볼을 부빈다
나의 취미는 그림 그리기
멍석에 고루 펴서 나물 말린다
나의 노래는 송아지 울음
어미따라 나간 들판 풀 먹는 소리
나의 피부는 고동색이다
깨부셍이 둘둘 무친 도토리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