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공중전화박스에 먼저 옵니다.
휴대폰이 아닌 공중전화로 불러내야 할 은밀한 계절옆에는, 먹다 만 캔커피 하나 온기 가시지 않은 채 놓여있습니다. 노랑에서 빨강으로 이동하는 가을의 물리적인 모습을 사람들은 빠르게 닮아갑니다.
허리를 감싼 커플의 노을빛 스웨터가 단풍잎처럼 하나가 되어 굴러가는 것을 보며, 생태체험 나온 병아리같은 유치원생들의 무리를 보며, 잔디밭에 쪼그리고 앉아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는 아니 원고지 한 장 다시 얻으러 성큼성큼 뛰어오는 빡빡머리 문학소년의 앳된 얼굴을 오래도록 공중전화박스에 기대서서 바라봅니다. 가을냄새 물씬 풍기는 공원의 오후..............살아있다는 행복감이 옷섶을 헤치며 파고 듭니다.
너무 오랜만에 인사를 드립니다. 자주 들르긴 했지만 시간에 쫓겨 흔적을 남긴지도 오래되었네요.
한 곳에 있어 편안한 옛친구처럼, 이곳은 여전히 따뜻합니다. 좋은 시는 언제나 제가 시를 써야하는 이유를 가르쳐주고, 영상시를 보고 나면 유럽 예술영화 한 편을 본 것처럼 뿌듯합니다.
졸시 올려주신 것, 부끄러움 반 고마움 반으로 덧붙여 인사드리며.....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이곳에 오시는 여러분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