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버스를 타고 신촌에 갔었다.
시내버스 안에서 창밖을 보며 졸다가
해바라기가 어떻게 가는 목으로 서 있었는지를
알 것 같았다.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것이
풍경 뿐 아니어서 해바라기는 하루하루
굉음으로 스쳐가는 해의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졸음에서 깨어나니 목은 뻐근하고,
여전히 신촌은 안녕한지 굴다리도 로터리도
왠지 굴풋했다. 그런 허기 같은 불빛들
숯불에 올려진 삼겹살을 익히고
가로등에 고인 눈물을 좀더 뜨악하게 하고…
11시가 가고 12시가 가고 진실하다는 건
진정 타야할 막차를 놓쳐보는 것.
이 생에 병들어 살면서 헛것뿐인 이 세계가
나를 나라고 믿게 만든다. 플라세보 효과처럼
물질 속 공허가 단단한 나를 위장한다.
나에게 깃든 모든 것들에게 믿어보자고
해바라기처럼 택시 차창에 나를 흔들며
꿈으로 집으로 그리고 마음의 처소로
돌아오는 길, 어둠에 점점이 박힌 저것들에게
나는 영원히 電子로 남을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