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한다. 늘 그 위에 홀로 서 있으면 불안하고 어둡다. 수직으로 선 것들은 늘 쓸쓸하다. 하지만 눕는다고 개선되는 것은 아닌데, 이것은 아마도 척추동물들의 운명인 듯 하다.
둘째, 내 밖의 세상이 부조리라는 걸 알게 된다. 입구와 출구가 늘 같은 미궁이다. 긍정은 없고 도전과 응전의 타협뿐이다. 그래서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역사책은 단 한 권뿐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다만, 바벨탑 시대 이후로 갈라진 언어 때문에 여러 권으로 달리 번역되었을 뿐.
셋째, 희망은 늘 젊다. 인간은 꿈을 저장하기 위한 구조로 진화한다. 한 인간의 모든 기관들이 서로 전혀 다른 형태를 지닌 까닭이 그 명백한 증거이다. 손톱을 보고 꿈을 꾼 자는 네일 아티스트가 되고 무릎을 보고 꿈을 꾼 자는 마라토너가 되는 식이다.
넷째, 열정 없는 희망은 늘 절벽 위에 선다. 날개는 늘 몸속에 숨어 있다. 새들의 날개는 팔이 변해서 된 것이 아니라 몸통이 변해서 된 것이다. 그리고 절벽도 따지고 보면 길이 끊어진 곳에 서는 것이 아니라 내려가거나 올라가는 곳에 서 있을 따름이다.
다섯째, 사람 사는 자리를 만든다. 길과 길 사이마다 생명의 씨앗들을 앉히고 그것들이 서로 욕망과 욕망을 엮어서 한 편의 생을 짜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친다. 한 올만이라도 풀리기만 하면 여러 편의 생은 한꺼번에 위험해지는 것이다.
여섯째, 제자리로 돌아와 한 편의 생을 기록하도록 이끈다. 오디세우스에게 귀환이 허락되지 않았던들 출항과 시련은 준비조차 되지 않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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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의 격려를 한발씩 딛고 걸어가겠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돌아서서
낯선 세상들에 관한 엽서를 적겠습니다.
엽서에 적을 수 없을 만큼,
그리움이 커지거나, 혹은,
외로움이 사라져버리면,
은밀하게 돌아와 술자리를 예약하겠습니다.
멀리서도 형의 시집을 기다립니다.
당신의 삶을 응원합니다!
2004. 11.25 김솔
소리의 문제는
제쪽에서의 일이라
컴퓨터를 이리저리 주무르다
이제 간신히 해결이 되었지만
로그인, 문제는
왜 아직도 해결이 안 되는 건지...
아직도 로그인이 안 돼요. ㅠ.ㅠ
몇년이 지나도 이곳을 떠나지 않는다면
김솔님의 낯선 곳으로부터의 엽서들로
저도 이따금 목을 축일 수 있겠지요? ^^
"그림자 속에선 그림자가 보이지 않겠죠.
빛 속에서 빛이 보이지 않듯이.
그런데 아직도 다음 생을 정하지 못 하셨습니까?
서두르지 않으면 그렇게 지나쳐 버릴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