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자루를 든 반딧불이
빗자루를 든 중년의 사내
푸른 신호등이 버드나무처럼 서 있는 보도블록 옆을 쓸고 있다
마른 낙엽들 터진 부대 자루 속으로 차곡차곡 담는다
바람은 건널목에서부터 소곤소곤 다가와
낙엽들을 흩어놓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손이 닿지 않는 곳마다 눈은 수북이 쌓이고
소매 밖으로 나온 손등 푸석푸석하다
한 짐 가득 싣고 온 길 뒤 바퀴자국 선명하다
호흡하기 힘든 자리일수록 허연 입김이 날리고
녹이 슨 리어카 바퀴살 사이로 저녁 해가 지고 있었다
낯선 차량이 정지선을 넘어올 때마다
붉은 수인이 사선으로 박힌 작업복 뒤를
지난날을 들추듯 가끔씩 붉히곤 했다 그는,
어디로 흘러가는 낯선 불빛을 쓸어 모으는 중일까
그에게 있어 젊은 날의 추억은
비탈길을 오를 때마다 흘리던 폐품들 같이
리어카 뒤편으로 어지러이 즐비했을 것이고
쉽게 입가에 담지 못했던 사랑의 말들
저물녘 바라보던 밤하늘의 별빛처럼
가슴 속에 외로이 박혀 있을 것이다
삶은 차라리 멍에를 짊어지듯 휘청이는
리어카를 끌고 가는 거라고 그는 말하지 않았다
끝내 떠나보내지 못하고 질질 끌었던 사랑은
어둔 골목길에서 신호등이나 표지판도 없이
때론 막막했거나 불안했었으므로
그러나 그는 무언가를 묵묵히 쓸어 담으며 길을 나선다
빗자루를 든 사내, 타는 노을 속에
세월의 낮은 음표 하나씩 싸륵싸륵 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