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 作 미용실
가만히 누웠어요 사내가 편하냐고 물어요
고개를 들으려니 어깨를 지긋이 누르며 그냥 있으라네요
지쳐 풀어헤쳐진 머리 조심스레 손 빗질로 거품을 만들어요
사내의 숨소리가 느껴져요 부드러운 손놀림
이미 오래전부터 알아온 듯 익숙해요
축축한 물기 닦아주며 동그랗게 나를 말아 앉혀주네요
사내가 이번엔 따뜻한 바람을 끌고 와요
내 몸에서 가지들이 뻗어 나와요
말라버린 잎사귀를 쳐내느라
사내의 손이 빨라져요
침침한 과거가 뚝,뚝.. 잘려나가요
수북이 쌓인 고백들이 바닥에 나뒹굴어요
버려진 것들이 다시 자라진 않겠지요
이제 나는
새벽 2시의 창문을 바라보는 일 따윈 없을 거예요
기차가 지나가버린 레일 위에서 비장하게 서 있지도 않을 거예요
나는 너무 성실하게 아팠어요
까운을 벗어요
사내가 괜찮냐고 물어요
.... 하나도 아프지 않아요
발 아래, 뭉텅뭉텅 나뭇잎 채이는데요
.... 하나도 아프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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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입니다. 즐거운 시간들로 채워나가시길..
위 글는 아직도 고쳐야 할 부분들이 많은데..
처음 집을 나설땐 여느 주말과 다름없이 서점에 들러 책도 보고 아이 쇼핑도 하고 저녁엔 간단한 외식을 하고 들어 올 생각이었는데... 우리는 결국 사방이 맑은 유리로 되어 햇살이 가득한 미용실 의자에 자리 잡았습니다. 10대와 30대의 두 여자는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그렇게 자신을 바라보는 커다란 거울 앞에 앉아 주말 오후를 어거지로 보냈답니다. 그리고 지금... 김안나님의 글을 읽는 제 입가엔 또 한번 미소가 머뭅니다. 또 다시 슬퍼지려는...
내일은 가까운 곳으로 산행을 다녀와야겠습니다. 지난 주 너무 어려운 산행으로 이번 주엔 쉬려 했는데... 왠지 딸아이와 산에 올라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안나님, 참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