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영화 보러가기를 좋아합니다.
물론 '함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혼자서 영화보기의 매력은 나를 적당히 소외시켜서
쉽게 영화 속 현실로 몰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객석에 앉아 떠날 수 있는 여행,
빛의 입자가 어우러져 이뤄낸 풍경을 따라
나를 지우고 그들의 이야기에 나를 투사하는 것.
각종 수상으로 금딱지 붙은 영화라면 두말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그 난해한 삶이 나를 얼마큼 해석해내는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여하간 詩가 모든 장르를 데리고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2시간여를 붙잡아 두고
삶에 관한 대리체험을 시켜주는 영화라는 장르,
때론 詩보다 강렬합니다.
1초에 24프레임의 필름이 스쳐 지나가며
영화가 진행된다는 사실, 그러니까 영화는
스물네 번의 빛과 어둠이 교차하면서 움직이는 것입니다.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 원자핵을 도는
전자의 진동주기까지 멈추도록 시간을 느리게 한다면
그 후 우리의 존재도 명멸하는 한낮 영상일 뿐입니다.
그래서 육체와 영혼의 간극을 끝없이 채워내는 시간이야말로
덧없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지금 객석에 내가 있고,
그 옆 많은 친구들이 화면 뚫어져라 쳐다보며
그 영상이 자기라고 아프다고 외롭다고 기쁘다고 믿고 있습니다.
내가 지금 화면 속이 아니라 여기 있다는 사실을
느끼는 빛과 영상이 있는 한,
우리는 한낱 영혼의 피사체일 뿐입니다.
2003.5.21
영화 뿐 아니라 혼자 밥먹고, 혼자 아이쇼핑하고, 혼자 거니는 게 더 편해지기 시작한 것이... 그래서 어쩜 지금도 혼자가 아닌가 하는 편견을 가져 봅니다. 가끔은 둘이 되고픈 막연한 기대도 있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