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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소 - 고경숙

2004.01.15 17:21

윤성택 조회 수:1058 추천:184

「목공소」/ 고경숙/ 《시현실》2003년 겨울호


        목공소

        
        저물어 돌아오는 해가
        목공소 깨진 유리창에 붉게 들어설 무렵
        하루동안 잡고 있던 수평실*
        느슨히 푸는 전봇대 위로 새들이 귀가한다
        네온 불빛하나 없는 나무 간판
        패인 결의 안내대로 따라가면
        두 뼘 간유리를 갈아 끼우지 않은 창,
        새들이 드나드는 문이 열려있다
        세상과의 교신도 물론 그들이 대신했으므로
        나무의 전생이 숨쉬는 숲은 어둡지 않았다
        신작로에서 튕겨온 돌을 맞고
        낮은 지붕이 더욱 키를 낮출 때면
        노인은 대패숨을 놓지 않고 열심히 수평을 맞췄다
        아교처럼 자꾸 들러붙는 시간너머로
        뽀얗게 쌓이는 숲의 잔해들
        얼마큼 더 깎아내야 세상은 평평할까
        장마에 뒤틀린 문틀처럼 무릎이 뻑뻑해지면
        잠깐 숲의 정물로 들어앉는 노인,
        새들은 세상사람들이 버린 말 물어와
        손등에 검버섯으로 내려놓는다
        노인을 보기 위해
        저물어 목공소에 발을 디밀면
        병든 노인이 짜다 만 포개진 문짝들
        숲으로 통하는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다
        
        
        *수평실: 목공소에서 수평을 알기 위해 표준틀에 맨 실
        
        
[감상]
목공소의 풍경이 선합니다. 목재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 사물을 나무의 연원으로 잇대어 놓은 솜씨나, 숲이 키운 새들이 채 완성되지 않은 나무 문으로 날라든다는 설정도 참 따뜻한 발견입니다. 우리는 아무도 자신의 전생을 확신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목공소에서의 나무목재를 통해 전생을 예측하듯, 왠지 노인을 통해 우리를 내다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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