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무릎에 심은 나무 - 정재학

2004.02.03 15:26

윤성택 조회 수:1267 추천:194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정재학/ ≪민음사≫ 2004


        무릎에 심은 나무

   취한 나무들이 아파트 담벼락에 부조(浮彫)처럼 박혀 있었다  나무는
아무런 변명이 없다 한 그루 떼어내 무릎에 심는다 조그만 사각의 하늘
이 나무 아래에 펼쳐지고 날개에 붉은 실이 엉킨 거대한 새 한 마리, 나
무에 부딪혀 물방울로 흩어진다  나무는 연기처럼 자라난다  태양은 가
지에 걸려 떠오르지 못했다  가지를 꺾기 전에 하늘은 어두워지고 태양
은 종이컵에 담긴다 뿌리가 무릎을 단단히 쥐어서 다리를 뻗을 수 없었
다 깊숙이 박힌 뿌리들 내 피를 빨아먹으며 자라나 입으로 흘러나온다



[감상]
기이한 질감이지요. 모든 문장은 뒤틀려 있지만 문장과 문장사이는 서로 의미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환상이 헛것에 대한 이미지라면, 기호로서의 환상은 주술관계를 철저히 배격해놓은 해체적 조합입니다. 술에 취해 아파트가 있는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셨을까요. 이 시가 모호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실제의 극치입니다. 각기 사물의 속성을 세밀하게 파악하지 않는 한 제대로 문장을 비틀 수 없으니까요.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571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 최갑수 2004.02.14 1665 219
570 마지막 봄날에 대한 변명 - 이영옥 2004.02.12 1470 189
569 홀로코스트 - 배용제 [2] 2004.02.10 1245 195
568 독서2 - 이동호 [2] 2004.02.09 1300 191
567 한밤중의 택시 운전사 - 서동욱 [1] 2004.02.06 1181 212
566 나는 파이프다 - 오자성 [16] 2004.02.05 1399 185
» 무릎에 심은 나무 - 정재학 [1] 2004.02.03 1267 194
564 웅덩이 - 이정록 2004.02.02 1269 167
563 모월모일 - 박제영 [1] 2004.01.30 1265 184
562 저수지 속으로 난 길 - 천수호 2004.01.28 1194 189
561 달의 다리 - 천수이 [1] 2004.01.26 1124 175
560 고등어 파는 사내 - 손순미 [1] 2004.01.20 1165 187
559 캣츠 - 전기철 [1] 2004.01.19 1095 182
558 폭설 - 장인수 [2] 2004.01.17 1298 183
557 연어의 나이테 - 복효근 2004.01.16 1257 173
556 목공소 - 고경숙 [1] 2004.01.15 1030 184
555 상처가 부르는 사람 - 길상호 [1] 2004.01.14 1267 175
554 검은 비닐 봉지들의 도시 - 문성해 [3] 2004.01.13 1276 179
553 홍예 - 위선환 2004.01.12 1104 223
552 안온한 쓸쓸함에 대하여 - 정주연 2004.01.10 1281 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