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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 김기택 -

               텔레비전을 끄자
               풀벌레 소리
               어둠과 함께 방 안 가득 들어온다
               어둠 속에서 들으니 벌레 소리들 환하다
               별빛이 묻어 더 낭랑하다
               귀뚜라미나 여치 같은 큰 울음사이에는
               너무 작아 들리지 않는 소리도 있다
               그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한다
               내 귀에는 들리지 않는 소리들이 드나드는
               까맣고 좁은 통로들을 생각한다
               그 통로의 끝에 두근거리며 매달린
               여린 마음들을 생각한다
               발뒤꿈치처럼 두꺼운 내 귀에 부딪쳤다가
               되돌아간 소리들을 생각한다
               브라운관이 뿜어낸 현란한 빛이
               내 눈과 귀를 두껍게 채우는 동안
               그 울음소리들은 수없이 나에게 왔다가
               너무 단단한 벽에 놀라 되돌아갔을 것이다
               하루살이들처럼 전등에 부딪쳤다가
               바닥에 새카맣게 떨어졌을 것이다
               크게 밤공기 들이쉬니
               허파 속으로 그 소리들이 들어온다
               허파도 별빛이 묻어 조금은 환해진다


그 동안은 좋은 시들을 눈과 마음으로만 읽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검은 활자들만 읽었는지도 모르지요.
수 차례, 시를 읽을 때 펜으로 써가며 읽으면 시의 내용이나 시인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 기법등이
더 깊이 와 닿는다는 말을 들었지만 좀처럼 실천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시를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부딪친 크고 두꺼운 벽에 갇혀, 읽는 것조차 게을리 했던 제게
가을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가을 바람의 도움으로 시집의 책장을 조심스레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시간나는대로 천천히 시집 속에 박힌 활자들을 떼어  제 노트에 옮겨 놓고 있습니다.
아직도 처음 시작한 김기택님의 시집을 반도 못 끝냈지만, 신기하게 그냥 눈으로만 읽었을 때 놓쳤던
많은 느낌들이 제 빈 노트와 가슴에 알알이 박힙니다.
오늘, 모처럼 한가한 업무로 실장님의 눈칠 보며 읽은 시 중에서 저도 모르게 제 가슴까지 환해지는
시가 있어 올려놓습니다.  지금 다시 보니, 어쩌면 매일 밤 제가 하고픈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마음에
개인적으로 더 가슴에 와 닿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오랜만에 화창한 햇살로 기분 좋은 가을 오후입니다.
남은 하루 저 햇살만큼 따스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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