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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07.10.14 23:09

김안나 조회 수:188

그늘

아찔한 햇살이 날선 창을 휘두르는
경북 울진 읍내 오일장엔 그늘싸움이 벌어진다
제각기 한 다라이씩 이고 나온 엄니들
다른 건 모두 정 좋은 이곳에서
유독 그늘만이 야박하게 나눠 갖지 못한다
울진상회를 거쳐 미순이네 닭 집을 지나
마치 새둥지 같은 저 그늘 한쪽
한 뙈기도 되지 않는 구석진 곳에
늙은 낙타 같은 울 엄니도
한 자리 차지하고 앉으셨다

좌판위의 생선이 살아서 퍼덕이려면
어머니는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여전사처럼
맹렬히 그늘을 차지하셨다
푸른 생선의 아가미의 숨결이 고르다
목이 터져라 떨이를 외치시는 어머니

저 그늘이 다 키웠다
땅 속에 깊이 박힌 늙은 뿌리
그 우듬지가 아름다운 오후
생선의 푸른 등이 햇살을 가르며
어머니의 늙은 오후가 뚜벅뚜벅
걸어와 그늘꽃을 피운다

*****
안녕하세요. 너무 오랜만이예요. 건강히 잘 지내시죠?
치열한 글쓰기...... 가면 갈 수록 힘겨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줍잖은 글 놓고 갑니다. 늘 건강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