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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보? -ㅅ-ㅋ

2007.11.26 14:07

김영일 조회 수:221

윤시인님~! =_= 50만원이라는 불로소득을 얻었습니다.

제가 다니는 숭실대학교에서는 일년에 한 번, 다형 김현승 시인을 기리기 위해

다형문학상을 제정하여 시상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34회째였는데, 시부문 출품해서 가작 당선됐습니다...

당선,가작 이렇게 2명을 시상하지요.

132명중에 2등했던 기억은 학교생활을 통틀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네요 -_-a

지난주에 시상식도 했고, 특호로 나온 오늘자 학교신문에 사진과 시와 수상소감과 기타 등등....이 실렸습니다.

제가 불쑥불쑥 질문을 드렸는데, 매번 성심성의껏 자세히 대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부끄럽지만, 당선작과 소감을 띄워놓고 갑니다 :)

아.. 질문 하나 하고 싶은데요. 요즘 시다운 시를... 저 스스로 만족할 만한 시를

못쓰고 있거든요. 상처나 결핍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일상에 여유가 없어서 그런것 같기도 하고

긴절함이 부족해서인 것 같기도 하고요. 새롭고 자극적인 경험도 많이 해야할 것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보다 나은 시를 쓰기 위해서, 또 시가 절실해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낯선곳으로의 여행같은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일까요?




꽃나무 기지국

비ㆍ바람ㆍ햇살 연합군이
지상과 통화하기 위해
곳곳에 기지국을 세웠다
그들이 전화할 때마다
여러 갈래로 뻗은 기지국 안테나에는
차가운 전파 대신 뜨거운 봄기운이 돌았고
무취의 전류 대신 짙은 꽃향기가 흘렀다
기지국을 통해 날아갔을
기분 좋은 전화벨 소리에
꽃이며 곤충이며 모두
겨우내 웅크렸던 몸을 탁탁 털고 일어나
활짝 기지개를 켰다
누구든 기지국 근처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면
양쪽 모두 안테나에 흐르는
아찔한 봄기운에 황홀하게 감전되었다
봄꽃 같은 웃음이 두드러기처럼 번지다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나란히 두 송이 꽃이 되었다
산수유나무 아래에서
너에게
수신자 부담이 행복한 전화를 건다




수상소감

  내게는 감사해야 할 분들이 많다. 먼저 내 인생을 계획하고 이끌어 가시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주신 이도 하나님이시요 거두신 이도 하나님이심을 믿는다. 그리고 허점투성이의 拙詩를 미쁘게 봐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앞으로 粉骨碎身하고 磨斧作針하는 자세로 詩人다운 詩人이 될 것을 감히 약속드린다. 늘 마이너스계좌인 아들에게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시는 사랑하는 부모님, 내게 일말의 글쓰는 재주가 있다면 모두 부모님으로부터 비롯된 것일 것이다. 더불어 사랑하는 할아버지 할머니께도 의당 감사드린다. 일평생 살아가면서 이분들의 은혜에 만분의 일이라도 갚을 길 있을까, 실상 묘연해진다. 또한 엄경희 교수님, 고양예고에서 강의하시는 박남희 교수님, 윤성택 시인님께 감사드린다. 詩와 나 사이의 간극에서 오는 아포리아로 괴로워할 때마다 재차 詩作의 힘을 주셨다. 다사스러운 일상 중에도 구김살 없이 내 詩를 봐주었던 국문과 04학번 동기들과 선, 후배님들께도 감사드린다. 기실 오랫동안 詩를 쓰지 못했다. 詩와 나 사이의 오랜 격절이 내내 불안하고 불편했다. 천협한 詩의 편력과 타약한 詩心이 못내 부끄러웠다. 과연 내 詩가 얼마큼의 고통의 무게를 들어낼 수 있나? 자문하며, 연방 한숨을 쉬는 날들이 낙엽처럼 쌓여만 갔다. 길거리 넝마주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형편 탓에 고단한 삶을 살고 계신 분들께 내 詩는 그저 난삽하고 어쭙잖은 소재주의에 불과했다. 각설하고, 소외된 자, 상처받은 자, 고통스러운 자에게 다가가 같이 울어주는, 그들을 다습게 위무해주는 그런 詩를 쓰고 싶다. 모 詩人의 당선소감 결구를 빌린다.
 
  詩作, 이제 始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