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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

2001.08.28 17:57

참솔 조회 수:63

'그리운 사람들을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음'
이라고 생각지 않고,
'사람에 부대껴 생기는 성가심이 없음'
이라고만 생각하기로 했다.

마을에서도 한참 떨어진 산꼭대기 집,
사람들은 이곳을 '서낭댕이'라고 부릅니다.
눈 아래로 모여앉아 수런거리는 지붕들이 다 보이고
더 멀리 차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신작로가 훤합니다.
차마 높아서인지 사람들의 발길이
이곳까지 올라오기를 꺼려합니다.
그래서 가을볕이 가장 싱싱한 곳.

이쪽 과일 숲에서 저쪽 과일 숲으로 가려면
병풍처럼 둘러친 밤나무 숲을 지나야 합니다.
바람이 늘 웅웅 울다 가는 곳.
운반기에 막 따낸 과일을 가득 싣고 돌아오는 길
올밤이 송이송이 벌어 낙하 준비 완료, 를 선언하고 있습니다.

작품 하나 완성한 후의 기분이 어떠합니까
가을날 수확의 감격을 그에 견줄까 하는데.

고립된 평화가 한참을 머물다 가는 산마을에서
사과를 가득 싣고 돌아와 몇 자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