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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세대여 4강의 신화를 깨라

2002.06.19 10:55

정성필 조회 수:170

386세대여 4강의 신화를 깨라


83년 박종환 감독. 386 세대는 그를 좋아한다. 그가 세계청소년 축구 4강의 신화를 만들어 내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의 386세대인 선수들을 이끌고 신화를 만들어 냈다. 그와 함께 성장한 세대는 그의 가능성을 믿고 언제든지 그를 신뢰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가 선수들을 지도하는 방식이었던 스파르타식의 훈련 방법까지도 옳다고 생각하면서 그에게 지지를 보냈다. 그는 한국 축구의 대명사였다. 386세대가 가지는 그에 대한 기대는 최근까지 지속되었다. 80년 광주의 수많은 죽음을 가슴에 새긴 채 아침이슬로 분노를 삭혔던 그 세대가 용납한 유일한 파시즘적 훈련 방식의 지도자인 박종환감독을 존경 해왔다. 그가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에게 군밤을 매겨가며 훈련을 시켜도, 그가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에게 쌍욕을 해대며 지도를 해도 단체 기합을 주고, 선수들에게 고함을 질러도 그가 하는 것은 스파르타식의 훈련이었지 그게 파시즘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의 정서가 전두환 시절 모든 것이 막혀, 우리의 가능성까지도 불투명해 보였을 때, 열악하고 나약한 팀(당시 청소년 대표는 아시아 예선전에서 북한에 밀려 3위로 탈락을 했다, 그러나 북한이 축구장 난동 사건으로 국제축구협회로부터 국제 대회 출장 금지를 받자, 멕시코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에 대타로 출전하는 행운을 잡았다)을 이끌고 세계 4강이라는 희망을 쏘아 올렸다. 전두환의 통치 방식은 파시즘이었지만, 박종환 감독이 하는 스파르타식의 훈련법은 파시즘이 아니었다. 이상한 이분법이었다. 그 구분은 어쩔 수 없는 열악한 환경과 낙후한 축구 문화에서는 그렇게 해야만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믿음에서 나왔다. 박종환 감독은 정신력으로 4강신화를 이루었다. 뚝심 있는 축구. 정신력으로 무장한 축구, 멕시코에서 보여주었던 강한 투지와 정신력, 박감독 이후 한국 축구는 투지와 정신력의 대명사가 되어 버렸고, 축구는 정신력의 문화를 축구장 밖까지 보급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시합 전 몇 달, 혹은 몇 년 전부터 선수들을 선수촌에 가두어 놓고, 병영과 같은 단체 생활 속에서 투지와 정신력을 키우는 훈련을 했다. 아무도 의의를 제기 하지 않았다. 훈련 중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개인은 전체의 팀웍을 위해 눈물을 삼키며 훈련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그 눈물은 금메달로 바뀌어 돌아가신 분의 영전에 바쳐질 때 비로소 보상을 받는 가둠의 문화, 개인이 말살되는 문화, 병영 문화를 우리는 성적만 내면 된다는 서로간에 암묵가운데 용인을 해주었다. 그 시절 전두환 정권의 병영통치가 가능했던 것은 우리의 무의식 가운데 우리는 그렇게 해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일종의 4강 신화가 가져다준 착각이었다. 박종환 감독은 투지와 정신력으로 우리 축구의 가능성을 열었고 그의 지도 방식이 한국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게 되었다. 그후로 기업체나 학교는 투지와 정신력을 위해서 연수원을 만들고 생활관 정신수양관등을 만들어 사람들을 정신무장 시켜 나갔다. 축구가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처럼 박종환 감독으로 대표되는 축구문화와 사람들은 동고동락을 했다. 이상한 동거 였다. 진보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의 파시즘에 대한 이중성으로 승부를 보았다. 그런데 그와 사람들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사건의 발단은 거액을 들여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 영입했던 히딩크 감독에 대한 불신이 표면화되면서부터 였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국가대표팀이 컨페더레이션 대회에서 프랑스에게 5:0으로 지고, 체코전에서 5:0으로 지면서부터, 게다가 골드컵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자 드디어 우리 축구의 희망인 박종환 감독이 입에서 입으로 거론되었다. 박종환감독은 민족을 대표하는 사람처럼 세 가지를 지적했다. "한국축구는 기술이 낙후되었기 때문에 엔트리를 빨리 구성하여 기술적으로 반복훈련을 시켜야한다."" 히딩크 감독의 사생활에 문제가 있다. 이는 팀웍을 해치는 일이다."" 한국은 강한 정신력과 투지를 길러야 한다."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박감독의 말씀을 인용했고, 우리 시대 대표적인 언론 권력들 몇은 앞장서서 박감독의 어록으로 히딩크감독을 때렸다. "차라리 팀워크와 정신력이 실종됐으니, 다시 박종환감독 방식의 스파르타식 훈련을 시켜야 한다"는 둥 언론권력은 "한국축구는 정신력의 축구이니 지금부터 엔트리를 구성하여 반복되는 전술 훈련을 해야하고", 더 나가서는 정신력 강화를 위해 다시 병영체제를 도입해야한다고 떠들어댔다. 심지어 어떤 이는 해병대에서 3달 유격훈련을 시켜야한다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성적을 위해서는 선수 개개인의 생활은 희생해도 좋다는 집단주의 사고 방식과 스파르타를 빙자한 군대식 파시즘적 사고가 다시 힘을 얻는 듯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이러한 한국적 마인드를 아는지 모르는지 마이웨이(My Way)를 외쳤고, 엔트리 구성은 월드컵 며칠 전에야 했으며, 월드컵 중에도 주전과 비주전을 나누지 않았다. 실로 박종환감독의 입장에 선 사람들은 분통이 터질 일이었으나 히딩크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이상하리 만치 냄비 언론에 따라 우왕좌왕하던 사람들마저 이번에는 다를 것이니 기다리자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게다가 한 단계 더 나아가서 히딩크 감독은 "한국적 훈련 방식에 문제가 있어서 나를 부른 것 아니냐? 나는 오직 내 방식대로만 한다"는 식의 당당함을 보여 주었다. 이 모습에 사람들은 기다려 보자는 식으로 반응을 보였다. 기다려 보자. 월드컵에서의 1승과 16강 진출을 기다려보자. 어찌 보면 히딩크의 훈련방식이 보여주었던 일말의 희망에 인내로 참아준 다수의 사람들이 훌륭해 보일 정도로 사람들은 기다렸다. 아니 그 기다림은 이제까지 파시즘적인 훈련보다는 민주적 소통방식이 보여주는 그 방식의 결과를 기다렸을 것이다. 그 결과 드디어 한국은 월드컵 48년 역사만에 처음으로 1승을 거두며 8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사람들은 그 승리를 히딩크의 승리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한국의 8강 진출은 민주적인 방식을 믿어준 국민의 승리였다. 국민이 히딩크를 신뢰하자 파시즘의 망령은 고개를 다시 들다 사그러졌다. 이제까지의 한국적 훈련 방식이었던 스파르타식, 엄밀히 말하면 파시즘 문화를 단절한 국민의 승리였다. 우리는 이 사실을 기억해야한다. 파시즘은 국민의 깨어있는 의식 앞에선 발을 디딜 수 없을 것이다. 히딩크가 그라운드 내에서의 선, 후배간의 격차를 민주적 의사소통 방식으로 극복해내게 한 것처럼 우리의 삶 곳에서 민주적 소통으로 파시즘이 자리를 잡지 못하도록 경계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까지 있었던 잘못된 승부문화를 넘어서야 한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감독들이 월드컵에 관련해서 해임 당하고, 중도 경질을 당하는 모습을 보지 않았던가? 책임은 한 사람만 지고, 나머지는 기득권을 그대로 유지해내는 끈끈한 기득권의 연대를 보지 않았던가 말이다. 이제 그 문화를 국민이 나서서 깨트려야한다. 성적을 이용해서 정권의 사활로 삼았던 그들의 성적 놀음에 놀아나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론권력이 선동하는 선정적인 구호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히딩크를 믿어준 국민들의 인내심을 믿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가능성이 있다. 이제 "대~한민국"을 연호 하던 국민의 붉은 불덩이 같은 애국심과 응집력을 모아 우선 성적만 내고 보자는 투지와 정신력 뒤에 도사리고있는 파시즘적인 문화를 찾아내 걷어 차 버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국가대표감독인 히딩크감독이 보여준 지도방식에 더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연구해서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하며 축구문화보다도 성적을 부르짖는 권력을 경계해야 한다.

히딩크감독은 우리의 축구문화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그의 독특함을 세 가지로 말하면 다음과 같다.
1. 학연과 지연, 혈연을 철저히 차단한 능력위주의 선수선발.(이것은 축구병이전에 한국병이기도 하다)
2. 과학적 자료와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진행하는 훈련지도 방식.(히딩크는 정신력을 동기부여, 정신력, 의사소통, 위기관리 능력으로 세분화 했다)
3. 경기장내에서의 의사 소통을 통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강한 팀웍을 유지하는 게임운영방식을 보급했다.
히딩크는 이 세 가지를 주축으로 한국축구가 월드컵에서 사상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했다. 한국 축구는 고질병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축구의 고질병은 "문전처리 미숙, 뒷심부족, 수비불안"이었다. 그러나 히딩크는 이 세 가지 고질병을 뒷심부족은 체력약화로 파악해서 체력강화로, 골 결정력 부재는 문전에서 흥분하는 선수들로 파악 체계적인 훈련으로, 고질적인 수비불안은 공격수의 나태함에서 원인을 찾아 공격수와 수비수의 구분 없는 강한 압박과 협력 수비로 극복을 했다. 이렇게 한국축구의 고질병을 고쳐나간 히딩크는 한국축구의 문제를 고치는 동시에 한국사람들의 축구에 대한 고정관념의 허울을 벗겨 냈다. 그는 철저하게 한국의 고질병인 학연, 지연, 혈연을 배제했고 선수 선발에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언론권력의 압박과 축구관계자들의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과감하게 실력위주의 선발을 했다. 그 결과 한국은 무명 선수였던 김남일, 송종국, 이을룡 등의 활약으로 한국축구의 염원이었던 1승을 거두었다. 또한 히딩크는 선수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했다. 그것은 실제 축구 시합에서 선수들간의 상호 커뮤니케이션으로 위기를 극복 해야함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선수들간의 서열문화를 제거함으로써 창조성을 끌어냈다. 병영문화보다는 민주적 소통구조에서 나오는 창조적 힘을 보았다. 히딩크식의 민주적 커뮤니케이션의 축구문화가 한국축구를 발전시킨 것처럼 한국사회를 붙들고 있는 군대문화 즉 파시즘 적인 명령문화를 깨트려 한국 사회가 민주적으로 발전되어지기를 기대 한다. 게다가 히딩크가 보여준 휴식과 쉼의 문화가 시합 끝날 까지 개인의 휴식이나 쉼에 강제적인었던 억압의 문화보다 더 창조적인 힘을 끌어 낼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제 노동자에게도 여유로운 휴식과 쉼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거기서 창조성과 전술의 완성은 이루어 질 것이다.

스포는 문화이다. 문화는 토대 위에 세워진다. 그 토대가 경제력과 국민의 의식 수준이라면 과거 독재정권이 스포츠를 이용해 권력유지를 해왔던 것을 과감하게 단절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스포츠가 더 이상 부도덕한 정권 유지를 위한 도구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일을 끝내고 다 함께 어울려 어디서나 축구를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주 5일제 근무를 실시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하여 누구나 다 자유롭게 축구를 할 수 있도록 노동자의 여가 시간을 확보하고 운동할 수 있는 잔디 구장을 개방해야한다. 혹 잔디 구장이 없다면 전국민이 좋아하는 축구를 위해 소수가 즐기는 골프장을 개방하여 푸른 잔디에서 모두가 축구를 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 소수의 기득권자들이 쑥덕이며 나이샷을 날리던 론 그라운드에서도 우리의 아이들이 계층과 계급을 넘어서 축구공을 차며 자유로이 뒹굴며 달리며 즐겁게 축구하는 모습이 우리 사회만이 보여줄 수 잇는 축구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 국가대표의 성적이 국가 발전의 상징인 것처럼 강조했던 군사정권의 이데올로기를 넘어서 파시즘적 운동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이 우리 사회가 민주사회로 발전하는 것임을 서로가 인식해야한다. 그래서 운동장의 공정하고 깨끗한 스포츠맨쉽의 문화가 우리의 민주적인 발전의 첫걸음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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