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윤성택
태풍이 불던 날에도
아버지는 논에 있었다.
내 살아온 길
비바람에 쓰러지고
또 쓰러져도
묵묵히 물이랑 터주고
일으켜 세워주었던 아버지,
꼿꼿이 설익은 나를
바로 보셨던 것일까
손 날을 눈썹에 맞추며
나를 바라보는 미소에
햇살이 가득하다
나는,
그 모습에 자꾸만
고개 숙여진다.
이미 다 치유된 상처를 덧내려는 건 아니고,
그냥, 그냥...
도롱이를 뒤집어 쓴 이 아저씨를 보니까
물고를 트고, 쓰러진 벼를 일으키시던
아버지를 노래하던 이 시가 생각나서요.
연일 내리는 촉촉한 봄비에 농부들의 마음도
모쪼록 촉촉-히 젖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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