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2003.04.28 13:25

From 조회 수:173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나희덕



살았을 때의 어떤 말보다
아름다웠던 한마디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그 말이 잎을 노랗게 물들였다.

지나가는 소나기가 잎을 스쳤을 뿐인데
때로는 여름에도 낙엽이 진다.
온통 물든 것들은 어디로 가나.
사라짐으로 하여
남겨진 말들은 아름다울 수 있었다.

말이 아니어도, 잦아지는 숨소리,
일그러진 표정과 차마 감지 못한 두 눈까지도
더 이상 아프지 않은 그 순간
삶을 꿰매는 마지막 한땀처럼
낙엽이 진다.
낙엽이 내 젖은 신발창에 따라와
문턱을 넘는다, 아직은 여름인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78 아지랑이를 닮은 [1] 우물 2003.05.10 162
1277 오월 [1] 소야 2003.05.03 176
1276 그랬다지요 [1] From 2003.05.03 145
1275 5월의 시작... [2] 김병곤 2003.05.03 150
1274 앵두꽃 피고 지는 사이 [1] 2003.05.02 158
1273 시천 동인 세번째 동인지 발간식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 윤성택 2003.05.02 198
1272 ^^봄도 이제, [2] 동뫼 2003.05.01 155
1271 젖은 편지 [3] 윤성택 2003.04.29 296
»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4] From 2003.04.28 173
1269 연일 내리는 촉촉한 봄비에 [1] 우물 2003.04.24 176
1268 [re] 봄도 되고 해서 김미심 2003.04.22 111
1267 날아라 병아리 [1] 윤이나 2003.04.21 159
1266 맥주 한 잔 건배! [1] 함순례 2003.04.17 154
1265 아~~ 덥다. [1] 박정규 2003.04.17 171
1264 바..나..나.. [4] 자유 2003.04.17 156
1263 봄 노래 [1] 2003.04.16 153
1262 봄도 되고 해서 [6] 윤성택 2003.04.15 312
1261 반가웠습니다 [1] 서상권 2003.04.13 151
1260 봄비 [1] 소야 2003.04.11 154
1259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솟뚜껑 보고 놀란다~! [2] 박정규 2003.04.09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