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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편지

2003.04.29 15:36

윤성택 조회 수:284 추천:5



하루종일 비가 내리네요.
유리창의 빗방울들은
멈췄다가 흘렀다가
흘렀다가 멈췄다가
비의 결을 따라
오후의 무게로 내려앉고요.
지금 따뜻한 녹차 한 잔,
푸르르 날아 갈 것 같아
두 손에 꼭 쥐고 있습니다.
이런 날은 사실,
그립다던가 보고싶다던가
종일 상영되는 빗속
추억을 관람하기 좋은 날입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산사춘 한 병 사갈까 합니다.
봄비는 아무래도 그때까지
기다려줄 것 같습니다.
당신이 들렀다가 간 사이
나는 많이 착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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