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귀/ 김행숙/ 199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귀신이야기1
하루에 두번, 오장육부(五臟六腑)를 운행하는 협궤열차가 있다고 말해준 건
상고머리의 여자귀신이다. 귀신도 사기를 치는가? 그녀와 나는 사이좋게 지내
지만 그녀가 말하길, 너는 십 년만에 비춰보는 내 거울이야. 난 그때 네가 꼭
죽을 줄만 알았는데, 그래서 유감없이 탈출했는데, 같이 죽기에는 피차 지겨웠
으니깐, 이해해? 이해할 수 있겠는가? 어떤 기억이 이런식으로 복구된다니! 그
녀에게 철썩, 붙어서 도망친 파도들이 막 밀려올 때, 괜찮다고 괜찮다고 나는
누구를 향해서 웅얼대는 것일까? 기차가…… 기차가…… 기차가…… 푸른 새
벽에 기차가…… 어쩌면 정말 괜찮은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녀와 사이가 좋
지 않은가? 십년 사이에 나는 아무것이나 용서하는 법을 배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말하길, 너는 십 년만에 비춰보는 내 거울인데, 거울아, 거울아, 앞만 보
면 세상은 화려강산이니? 거울집은 칠흑인데, 나의 외도(外道)가 너를 살렸니?
문득, 뒤돌아서서 뭔가 보아야 할 게 있다고아, 길을 놓쳤다고 느낄 때, 너는 뭐
했니? 하루에 두번, 오장육부(五臟六腑)를 통과하는 협궤열차를 놓치고 너는
엑스레이만 찍었니? 그냥 싸르르 지나가는 복통이었니? 나는 정말 없었니?
[감상]
어쩐지 서늘해지는 시입니다. 이 시 속에는 10년 전 상고머리를 한 귀신이 등장합니다. 10년 전 어떤 사건을 계기로 화자의 자아가 둘로 나뉘는 현상을 경험한 것일까요. 이 시는 대화체로 진행되는 상황과 상황에 맞물려 특이한 소통을 이뤄냅니다. 언젠가 어느 행사에서 이 시인을 먼발치에서 볼 기회가 있었는데, 검은색 원피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그때처럼 어쩐지 서늘하다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