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박판식/ (2001년) 동서문학 신인상
골목
한 사람이 죽고 나니 온통 버릴 것 투성이다
아프다고 어렴풋이 들었던 옆집 할머니 돌아가시고
오늘 골목엔 때묻은 살림살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곧 떠날 준비들 하고 앉았다
비라도 내릴 듯 꾸물꾸물한 날씨에
몇 달째 치우지 않았던
할머니 집 연탄재가
허물어지고 말았다
어쩔 도리가 없다는 듯이 결국 오늘
[감상]
詩가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이듯, 세상의 모든 것들의 운용이 의인법에 달렸습니다. 며칠 째 계속 백지와 면벽 중입니다. 아침에 제때 나를 깨우지 못한 탁상시계 건전지를 꺼내어 몇 번 깨물어 다시 넣었습니다. 지금은 누가 나를 살짝 깨물어 줬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