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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다

2001.08.17 19:42

시선 조회 수:144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와 같이 무성하던 청춘이
어느덧 잎 지는 호숫가에서
호수처럼 눈을 뜨고 밤을 세운다

이제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다
조용히 우러르는
눈이 있을 뿐이다

불고 가는 바람에도
불고 가는 바람처럼 떨던 것이
이렇게 잠잠해질 수 있는 신비는
어디서 오는가

참으로 기다림이란
이 차고 슬픈 호수 같은 것을
또 하나 마음 속에 지니는 일이다

--------------------------------------- 호 수 / 이형기

“이제는 하루에 세 번 밖에 안울어.”라고,
전화만 걸면 울고있던 내 친구가 어느 날 그렇게 전화를 받았다. 이제는 하루에 세 번 밖에 안울어.
그 말에 나도 목이 메어, 그렇게 하면 견뎌지느냐고 성을 내고 말았다.

사랑하는 남자와 헤어지고 나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오로지 우는 일 밖에 없는 것처럼 하루를 내내 울고 지내던 친구. 헤어짐이란 그런 것인데...

어느날 아침 눈을 뜨면서, 이제는 어떤 헤어짐이나 어떤 상처도 나를 울리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불안해한 적이 있다. 안면건조증처럼 눈물이 메마른 삶... 기다리다 울고, 만났다 잠시 헤어져 돌아가는 길에 울고, 그리고 결국 그 사랑이 끝났다 해서 울던 내젊은 날의 이야기들은 어쩐지 다 거짓말 같아서...

어쩌면 나는 그 친구를 부러워 했는지도 모르겠다. 하루에 세 번 밖에 울지 않는다는 그 친구... 아직도 그토록 흔들리는 삶을 살수 있는 그녀가, 때문에 더 속깊은 사랑을 할 준비가 되어가는 것 같은 그녀가...

혹은 그녀의 그 눈물이, 나는 부러웠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다, 라고.
이제는 감히 선언하고 싶은 기분!

어떤분이 쓰신 글인데...내 마음에 종을 울려 주더군여...

첫걸음 이렇게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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