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애송시

2004.06.18 11:52

감자 조회 수:249 추천:11







      주유소 /윤성택

      단풍나무 그늘이 소인처럼 찍힌
      주유소가 있다 기다림의 끝,
      새끼손가락 걸 듯 주유기가 투입구에 걸린다
      행간에 서서히 차 오르는 숫자들
      어느 먼 곳까지 나를 약속해줄까
      주유원이 건네준 볼펜과 계산서를 받으며
      연애편지를 떠올리는 것은
      서명이 아름다웠던 시절
      끝내 부치지 못했던 편지 때문만은 아니다
      함부로 불질렀던 청춘은
      라이터 없이도 불안했거나 불온했으므로
      돌이켜보면 사랑도 휘발성이었던 것,
      그래서 오색의 만국기가 펄럭이는 이곳은
      먼길을 떠나야하는
      항공우편봉투 네 귀퉁이처럼 쓸쓸하다
      초행길을 가다가 주유소가 나타나기를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여전히
      그리운 것들은 모든 우회로에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18 마음의 불씨 하나 품고에 들어서면서... [2] 권현영 2004.07.24 244
      1517 수행의 길잡이 전수빈 2004.07.16 204
      1516 남산에서... [2] 전수빈 2004.07.16 204
      1515 저물 무렵 사무실 [2] 윤성택 2004.07.14 420
      1514 ^^ [1] 김인영 2004.07.12 211
      1513 밑그림 속에서 들리는 허밍 [3] 이파리 2004.07.07 231
      1512 이제야.... [2] 블루 2004.07.06 221
      1511 첫 발자국... [1] 혜성 2004.07.04 225
      1510 소리나는 약 [1] 이파리 2004.06.30 219
      1509 안부차~~ [2] 김만호 2004.06.29 225
      1508 보는 것만으로도... [3] 최광임 2004.06.28 300
      1507 기억의 한 페이지 [1] 조선미 2004.06.28 215
      1506 안녕하십니까 [1] 안경식 2004.06.28 195
      1505 주유소 [2] 이정화 2004.06.26 233
      1504 감사합니다 [1] 장인수 2004.06.26 215
      1503 나들이 [3] 소리샘 2004.06.25 215
      1502 바람이 많이 부는군요. [1] 어린왕자 2004.06.21 228
      1501 Guten Tag, Herr 윤 [2] 조선미 2004.06.20 250
      1500 탈수 오 분간 [1] 이파리 2004.06.18 214
      » 애송시 [4] 감자 2004.06.18 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