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밑그림 속에서 들리는 허밍

2004.07.07 16:22

이파리 조회 수:227





밑그림  속에서 들리는 허밍




모두 잠들어버린 밤
거실 바닥으로 어질러진 크레파스를 집어
스케치북 속에 나를 그려넣는다.
그럴 때면 왈칵, 외로워져
스스로를 위한 위문 공연
허밍을 분다.
캄캄한 밤이면 누구나
아무렇게나 팽개쳐진
젖은 수건이거나
뚜껑이 열린 물병이거나
허리 부러진 크레파스가 되어
어둠 속에서 쓸쓸히 코로 노래를 부른다.
입은 어디에 두고 코로 노래하는가?
가지 못하고 끊어진 말과 사랑이
그리다가 멈춘 그림이 되어 하얗게
스케치북 속에 머문다.
그러한 것인가?
정녕 하고픈 말들은 완성되지도 못하고 헝클어진
허밍이나 밑그림 같은 것인가?
이 밤, 나는 너에게로 건너가지 못했는데
흰 여백 사이로 캄캄한 어둠만이 절벽이 되어 일어선다.


*흐르는 곡 - Nightnoise / Lully Lullay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18 마음의 불씨 하나 품고에 들어서면서... [2] 권현영 2004.07.24 243
1517 수행의 길잡이 전수빈 2004.07.16 187
1516 남산에서... [2] 전수빈 2004.07.16 190
1515 저물 무렵 사무실 [2] 윤성택 2004.07.14 419
1514 ^^ [1] 김인영 2004.07.12 193
» 밑그림 속에서 들리는 허밍 [3] 이파리 2004.07.07 227
1512 이제야.... [2] 블루 2004.07.06 196
1511 첫 발자국... [1] 혜성 2004.07.04 218
1510 소리나는 약 [1] 이파리 2004.06.30 208
1509 안부차~~ [2] 김만호 2004.06.29 222
1508 보는 것만으로도... [3] 최광임 2004.06.28 298
1507 기억의 한 페이지 [1] 조선미 2004.06.28 198
1506 안녕하십니까 [1] 안경식 2004.06.28 182
1505 주유소 [2] 이정화 2004.06.26 231
1504 감사합니다 [1] 장인수 2004.06.26 193
1503 나들이 [3] 소리샘 2004.06.25 196
1502 바람이 많이 부는군요. [1] 어린왕자 2004.06.21 216
1501 Guten Tag, Herr 윤 [2] 조선미 2004.06.20 237
1500 탈수 오 분간 [1] 이파리 2004.06.18 206
1499 애송시 [4] 감자 2004.06.18 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