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잠깐 밖에 나와보니
계단에서 총을 든 군인 둘이 사격자세를 하고 있다
풀이 자란 철모에 얼굴은 온통 숯칠이다
그렇지, 여긴 전방이지, 인근부대에서 훈련 나온 게다
허리에 찬 방독면 주머니 귀퉁이에 묻어 있는
먼지는 필시 청테이프를 떼어낸 자리일 것이다
한때 나도 저렇게 청춘을 떼어내
군생활에 붙여 놓은 적이 있었다
늑대처럼 쓸쓸했다가도 내무반에 들어서면
말끝을 '다'나 '까'로 맺어야하는
작대기표 사내들과 한패였었다 그때 나는
왜 그리 심심했는지 여자 각선미를 닮은
플라타너스를 보면 뛰어가 안아주고는 했다
애인은 그렇게 땅에 상반신을 묻은 채
허공에서 다리를 동동 굴렀던 것이다
제대 날짜를 물어보자 눈에 생기가 돈다
캠프가 길어지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인생은 그렇게 피서철 백사장과 같거늘,
누군가 버리고 간 술병이 기적적으로
휘파람을 불만큼 또 극적인 것이 청춘이겠다
거수경례하듯 잎새들이 흔들리고
멀리 민속촌 부지 공터에서 탱크가
부르르 몸을 튼다, 통일전망대를 둘러본
관광버스가 관등 성명을 댄다, 뽕짝이다
아하, 쓰신 시 중 어딘가에서 들은 얘기였구나!
그 제목이 뭐였더라?
《플라타너스》였나?
저녁 먹고 오랜만에 좀 뒤적여봐야겠네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