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면서 생각한 것들]
빼쪽한 우산촉을 담장에 대고 터벅터벅 하교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쇠 울타리든 시멘트 담장이든 드드득 닿던 그 소리. 아마도 계절은 그렇게 봄이라는 촉을 대고 나무들을 그으며 오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렬로 도열한 채 소실점을 품고 있는 나무들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경건해집니다. 저들이 경배하는 길, 혹시 나도 저 나무처럼 우주의 어떤 질서에 서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 나무들은 봄을 노래하는 중인데 내 노래는 작은 바람에도 박자를 놓치며 곡목을 찾지 못하는 것만 같습니다. 내 DNA가 고장난 축음기처럼 무료한 삶을 반복하고 있을 때, 저 일렬로 팡파르를 부는 나무들! 나는 습관처럼 귀를 후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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