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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때문에 꿈에도 자욱한 그을음이 번진다. 잿더미로 변한 산비탈, 지붕이 주저앉은 집, 나조차 모르는 사이, 내 안 어두운 구석에서 타올랐다. 어쩌면 내가 품고 있던 것들은 불길 앞에서 속절없이 재로 변할, 건조하고 연약한 것들이었는지도. 나무도 집도 사람도, 안타깝게 잃어버릴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렇게 무너지면서 비로소 그 아래 감춰졌던 검댕 가득한 슬픔이, 너무 뜨거워져 스스로조차 외면했던 상처가 드러난다는 걸 알 것도 같다. 이토록 무자비한 불이 아니었다면 결코 볼 수 없었을, 생의 가혹한 내부를.
새벽 운동을 하러 산에 갔다가 어디선가 나무 타는 냄새. 순간, 둘러보니 아래 작은 집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늘 보아왔던 장작 태우는 냄새였지만 안도와 동시에 밀려오는 기이한 부끄러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닐까 갑자기 살피게 되는 것, 쉽게 불안에 휘둘리는 것. 나라는 사실을 마주하는 일. 무엇 하나 쉽게 지나칠 수 없도록 살피는 게 결국 산이 아니라, 이웃이 아니라 나였다는 게. 왜 이리 마음에 걸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