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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가까이 있을 때보다 멀어졌을 때 더 잘 보일 때가 있다. 어쩌면 가까워서 보지 못했던 것들. 그날의 기분, 인상 같은 것이 과거에서 돌아와,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알겠다 싶은 감정 같은 거. 그러나 반드시 그렇게 흘려보내야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멀리 있다는 건, 이미 지나왔다는 뜻이므로.
날씨가 좋아 멀리 있는 산봉우리가 선명하다. 이렇게 하늘이 맑은 날에는 먼 민낯도 선연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너무 맑으면 속이 들여다보여서, 누군가는 가장 먼 곳에서 오늘로 가까워진다. 그러다 보면 감정이 조심스러워진다. 가까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오늘은 참 먼 날이고 하늘이 파란 날이니까.
날씨가 쾌청하여 마음도 더 먼 곳을 향해 조금씩 맑아진다는 것. 잊은 줄 알았던 장면이 마치 투명한 유리창 너머에서 되비추어지는 것 같은. 그 안에 내가 있고, 오래전 마음도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는.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는 무언가가 내게 스며든 날이라고 해야 할까. 초미세먼지 좋음(13㎍/㎥), 미세먼지 좋음(21㎍/㎥), 그러니까 하늘이 파랗다는 것은,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렇게 멀리서도 보이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