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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기를 빼다 컵을 엎질렀고 그 옆 자판으로 커피가 쏟아졌다. 으윽, 휴지로 닦아낸 뒤 뒤집어 탁탁 털어 물기를 빼내다 얼른 들고 가 헤어드라이어 더운 바람에 말렸다.
내가 열을 받아 토해낸 말이 상대의 마음을 감싸는 얇은 사려를 휘게 할 수 있다는 것. 눈치 없이 몰아붙이면 영구적인 내상을 입힐 수 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되다니.
뜨거운 열기로 수분만 급하게 증발시키면 끈적끈적한 커피 찌꺼기가 스위치 내부 접점과 용수철에 엉겨 붙어 버튼이 눌리지 않거나 입력이 먹통이 된다고. 으이그.
이마에 손을 짚으며 베란다로 나와 의자에 앉는다. 누가 나를 타박하는가 싶어, 휴대폰에서 커피를 키보드에 엎질렀을 때의 대처 방법을 검색해 보는데. 아, 급격히 부식되는 이 자괴.
키보드 테두리를 살피다가 공구로 작은 나사를 푼다. 세 개... 네 개. 또 뭐가 있나, 분리가 되지 않네. 살짝 벌어진 틈에 일자 드라이버를 넣고 뜯어내 보려는데.
억지를 쓰는 사람에게 무작정 힘주어 탓하면 그도 한순간 부러질 수 있어서. 동강 나버리는 관계, 파탄이란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유대의 프레임인 것인지.
숨은 나사가 있다. 숨은 속내가 있다. 되는 일이 없구나 싶지만
전원을 연결하고 글쇠를 두드려 본다.
화면에 잘 뜬다.
으윽,
'ㄴ'과 'ㅓ'가 찍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