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번 지나치는 길목에 허름한 작업실이 있다. 언젠가 문이 열렸을 때 나무 탁자와 책들이 쌓여 있는 걸 슬쩍 넘겨보았던가. 창문은 온통 검은 선팅지가 붙어 있어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데, 오늘은 에어컨 실외기가 돌아간다. 누군가 안에 있다. 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지나던 내게 훅, 끼쳐온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형체가 촉감에 깃들다 흩어진다.
막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안과 밖의 생이 차단되어 있다면, 에어컨에서 이어지는 실외기 배관은 기시(旣視)가 아닐까. 밖의 산 사람은 죽음 안에 기척이 있다는 걸 짐작하는 것처럼. 매일 새벽 5시 30분쯤 창문 너머에서 나직이 들리는 탁탁! 소리가 나를 깨우는 것도 그와 같은지. 이런 섬뜩한 생각은 부지런한 누군가에게는 쓰레기통을 뒤집는 일이겠지.
임종 직전에는 감마파가 급격해져 순간적으로 일생을 쏟아 펼쳐낸다던데. 이것은 환기일까, 송풍일까. 저세상에서 몸에 갇힌 뜨거운 삶을 끊임없이 퍼내는 게 인과의 순환일지도. 맹렬하게 돌아가는 사건이 다시 차가운 어둠에 드는 일. 신은 열을 끌어가는 매체가 되어 항상 36.5도를 유지하도록 하는지.
몇 걸음 더 내디뎌 작업실에서 멀어져 갈 때
긴 머리를 뒤로 묶은 남자가
골목 어귀에서 탁탁! 플라스틱 통을 뒤집어 턴다.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다.
----
제 글에 작은 마음을 보태주셔도 좋습니다. 훗날 책으로 엮일 때 도움을 주셨기에 친필 서명을 담아 책자를 보내드릴게요. 송금하실 때 받는 통장 표기(입금자명)에 본명 대신 짧은 닉네임과 응원 한마디(한글 6~7자 이내)를 적어 보내주시면 되어요.
토스뱅크 1002-7271-2344 윤성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