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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수

2026.05.20 14:42

윤성택 조회 수: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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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2층에 있는 스터디룸을 둘러보다 그중 한 곳 문을 열어보니 바닥에 양동이가 놓여 있고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 밖에 비가 오고 있구나. 건물이 솔직한 건지, 틈에 민감한 건지, 나는 갑자기 난감해져 황급히 닫는데 손잡이 위에 메모가 붙은 게 그제야 보인다. '보수 중, 열지 마세요.' 못 볼 걸 본 게 순간 또 미안해지는데.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스터디카페 주인이 멀찍이서 팔짱 낀 채 나를 보고 있다. 눈치가 샌다. 이럴 땐 어떤 표정을 지어야 분위기를 막을 수 있나.

 

심란하다는 말에서 종종 누수를 보게 된다. 얽히고 뒤섞인 속내의 자그마한 균열이 어느새 표정 밖으로 스며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울음도 균열이 만든 것이고 거기서 흘러나온 것이 눈물일지도 모른다. 1층 입구에는 개업 축하 화환 몇 개가 비를 맞고 있는데, 기울어진 화환 받침대를 왜 바로 세워주지 못하고 나왔을까. 나도 뭔가 새고 있다. 친절을 외면하고 돌아선 것만 같아서.

 

우산 안으로 들이치는 빗방울이 소매를 걷어붙인 살갗에 닿아 맺힐 때 문득 젖어오는 생각. 사람과 사람 사이가 단단하게 메워진 시공간의 구조라면 누수야말로 서로에게 잇닿는 작용이 아닌지. 마음도 틈이 있어야 상대에게 스밀 수 있다. 그것을 영혼의 하자라고 해도 되겠다. 누구나 완벽할 순 없으므로 각자의 양동이를 제 안에 들여놓고 올려다보는 심란(心亂). 그 동요에서 감정이 탐지된다고.

 

아 이런, 가던 길에서 딴 데로 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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