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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잘 때 선풍기 바람을 바로 얼굴에 쐬면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하길래 날개를 더 높이 올려 초미세풍으로 틀어 놓았다. 머리 위로 바람이 지나는 것인데, 어느 상공에 나도 모르는 기류가 있어 다습해진 꿈도 실려 간다. 잠자는 동안 이 비행은 멈추지 않고 자꾸만 좌현으로 동체를 튼다. 그러다 추락 중인 건지 프로펠러 헛도는 소리 요란하다가 드렁거리며 수평을 잡는다. 코 고는 게 자각으로 넘어오는 신호다.
이 세계 어딘가에 영혼들이 몰려다니는 고도가 있다는 상상을 지어내 본다. 정해진 하늘길로 산 사람의 의식과 충돌하지 않게 사후의 관제 시스템이 작동한다고. 이런 생각을 너무 많이 하게 되면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보이지 않다가 뒤늦게 찾아온 오한과 이불을 걷어찬 새벽이 있다. 갑자기, 한때 명문가였던 오래된 한옥에서 자다가 한밤중에 깨어 글을 받아적었다는 이가 왜 떠오를까. 쓴 게 아니라 써졌다는 그 고백.
간밤에 잘 잤다는 말은 꿀잠이기도 하지만, 순식간에 꿈이 시간을 살아버려서 눈 감자마자 아침을 맞았다는 의미도 된다. 숙면은 망각의 숙명을 어쩌지 못한다. 홑이불을 배에 둘둘 감고 있는 내가, 먼 미래의 누군가를 덮고 있는 거라면 그도 우현으로 기울까. 아니지, 어쩌면 나는 육신을 얻으려 고공에서 외로이 먹구름을 통과 중인 영혼의 입자. 호시탐탐 저궤도를 향해 빙의를 꿈꾸는 자. 한때 사람이었으나 몸이 그리워 엉긴 응결.
스으으, 스으으, 스으으
자꾸 선풍기에서 마찰음이 난다
윤활 스프레이를 뿌려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