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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잘 다룰 수 있는 불행의 기술이 있을까. 만족을 가공하고 기쁨을 깎아내 꼼짝 못할 외로움에 끼우는 일. 여름도 태양을 연마해 초록을 반질반질하게 하고 그늘을 조립해 나무에 맞물린다. 기분 나쁜 일이 애잔하게 변하고, 슬픈 마음에서 녹슨 그리움이 배어나는 건 불행에 철이 있어서다. 철들어서 운수도 어쩔 수 없이 내게 와 핏속에 깃들까. 헤모글로빈, 이런 단어가 나를 천천히 고쳐간다.
피는 못 속여,
웃으며 당신이 내 등짝을 내리치며 하시는 말
땀을 뻘뻘 흘리지만
맵지도 않은 날들.
그러고 보면 불우도 지나고 나서야
다행이고 복이다.
어쩌면 죽음 쪽에서는 이 기술을
아름다운 공작이라고 명명할지도 모른다.
바람 솔솔 부는 나무 그늘 아래서
낮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불행해졌다. 아직도 나는
철이 덜 들었다.